<김우석의 이인삼각> "박근혜, 최순실 한 명…문재인, 최순실 열 명"
문재인 측근, ‘독박’ 쓰고 싶지 않았을 것…‘을간(乙間)의 전쟁’
<김우석의 이인삼각> "박근혜, 최순실 한 명…문재인, 최순실 열 명"
문재인 측근, ‘독박’ 쓰고 싶지 않았을 것…‘을간(乙間)의 전쟁’
연일 대통령 측근의 국정농단, 헌정파괴가 화제다. “박근혜에겐 최순실이 한 명이지만, 문재인에겐 최순실이 열 명”이라던 장기표 씨의 말이 허언이 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의 최순실이 비선실세였다면, 문재인의 최순실은 드러난 실세들이다. 대 놓고, 조직적으로, 국가기관을 동원해 국정을 주무르고 헌법을 유린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어떤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다단계로 꼬리자르기에 대비하는 것 같다.
보통 정치지도자에게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한다. 영웅호걸에게 인재가 얼마나 많고 훌륭한지가 성공의 척도가 된다. 물론 숫자보다 그 활용이 더 중요하다. 잘 활용하면 충돌 없이 천하의 인재를 모을 수 있다. 큰 영웅일수록 개인의 무공보다 인재 활용 능력이 중시된다. 영웅호걸 담에는 인재와 함께 명마(名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대부분 옛 영웅담에서 ‘인재’와 ‘명마’이야기는 일맥상통한다. 둘이 함께하면 영웅신화에 완성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이야기는 영웅과 명마에 대한 서양식 버전이다. 기병을 활용한 ‘망치와 모루 전략’은 말의 활용이 절대적이니, 그 전략을 통해 대제국을 세운 알렉산더와 말 이야기는 신화적 전형을 보여준다. 명마에 대한 이야기는 동양에 더 많다. 유목민보다 말이 귀했던 농경민들에게, 말이 전쟁의 필수였던 옛 전쟁에서 명마는 더욱 가치가 컸을 것이다.
중국역사와 소설에서 명마는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사람들은 ‘삼국지’의 4대 명마로 적토마(赤兎馬), 적로마(的盧馬), 절영마(絶影馬), 조황비전(爪黃飛電)을 꼽는다. 이중 절영마와 조황비전은 조조의 말이다. 조조가 인기가 없어서인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다. 대표적인 명마는 적토마다. 절대무공을 자랑한 여포의 말이었다가 관우가 타고 다녀 유명해졌다. 관우는 신으로 추종될 정도로 중국인에게 사랑받는 비운의 영웅이다. 당연히 그가 아끼던 말 적토마도 그의 신화와 함께 신격화됐다.
일반적인 명마와 구별되는 문제적 말이 ‘적로마(的盧馬)’다. 적로마는 유비의 장수인 조자룡이 적장을 죽이고 획득한 전리품이다. 당연히 유비의 소유가 됐다. 유비는 그가 의탁하고 있는 유표에게 선물로 전로마를 준다. 그러나 유표의 신하가 ‘적로마는 흉마(凶馬)이니 돌려주라’고 진언하자 유표는 미련 없이 말을 돌려줬다. 유비는 절로마가 흉마라는 진언에 대해 “인명은 재천이라고 했소. 어찌 말 따위가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 한단 말이요?”라며 ‘대범한’ 자세를 보인다.
유표의 신하 채모가 유비를 죽이기 위해 군사들로 하여금 유비를 추격토록 했다. 단계(丹溪)라는 계곡에 몰린 유비는 진퇴양난 상황에서 탄식했다. “적로야! 적로야! 네가 나를 해 하려느냐?”라고 하는 순간 적로마는 10m 계곡을 날아올라 채모 일당을 따돌렸다. 적로마가 유비를 살린 것이다. 하지만 흉마 징크스가 깨진 것은 아니었다.
유비는 군사 방통의 말이 시원찮아 보이자 그의 말을 방통에게 줬다. 적로마를 타고 진격 중이던 방통이 “이곳의 지명이 뭔가?”라고 묻자 낙봉파(落鳳坡)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낙봉파는 봉황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나의 도호(道號)가 봉추(鳳雛)이니 내가 죽는다는 뜻 아닌가?’ 불길한 생각이 든 방통은 급히 후퇴 명령을 내렸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매복해 있던 적의 무리는 적로마를 탄 사람이 유비인 줄 알고 무한정 화살 세례를 퍼부었다. 결국 공명과 한계 천하제일 재사로 칭송받던 방통은 적로마의 저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희생됐다.
사람들은 말한다. “적로마가 유비를 구한 것은 자신이 살기 위함이다. 방통을 구하지 못한 것은 스스로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흉마가 아닌 것은 아니다.” 적로마 입장에서는 참으로 억울한 평가다. 이쯤 되면 방통의 죽음은 적로마 때문인가, 유비 때문인가 고민하게 된다. 방통은 적로마 때문이 아니라 유비를 대신해 죽었기 때문이다. 적로마가 무슨 죄가 있나? 유비의 명성에 해가 될 까봐 멀쩡한 명마를 흉마로 만들지 않았을까?
유비는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흉마’라는 소리에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다. 명마에 욕심을 갖지 않는 영웅호걸은 없다. 당대 ‘4대 명마’ 정도면 자신이 아껴야 한다. 그런데, 그 말을 유표에게 선물하고, 이어 방통에게 하사한다. 처음은 정적이었지만 두 번째는 측근 참모였다. 유표의 부하가 알 정도의 방통 정도면 적로마가 흉마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을 앞두고 주군의 하사품을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유비를 대신해 희생을 당했다.
이제 현재로 돌아오자. 문제가 되고 있는 대통령 측근은 명마인가 흉마인가? 지금 대통령 주변에는 ‘친노’에서 ‘친문’으로 이어진 인맥이 많다. 그들의 일부는 ‘광흥창팀’을 만들어 586세대와 결합해 확대됐다. 노무현 대통령때는 일가친척 비리는 컸지만, 측근 비리는 지금 같지 않았다. 같은 인재인데 왜 나타나는 현상은 전혀 다른가?
야당은 ‘친문농단 게이트’라며 3가지 사건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도 이를 정조준중이다. 그 첫째 ‘유재수 사건’은 대통령을 ‘재인이형’이라 부르는 이의 불법을 불법적으로 덮어 준 사건이고, 둘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대통령이 유일하게 형이라고 부른 인물을 당선시키기 위한 음해, 탄압 사건이다. 우리들병원은 대통령의 복심들이 연관된 사건이다. 이들 사건에 현 정권 대통령 측근 실세들이 대거 관여한 증거나 정황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사건이 윤관이 드러나자, 이제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그들도 억울할 것이다. 지시자는 따로 있는데, 자신들이 ‘독박’을 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을간(乙間)의 전쟁’이 벌어진 것이리라. 그 와중에 문 대통령은 추미애 의원을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서 당시 여당 압승에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이번 정부 초 여당 대표를 하면서 야권을 압박하려다 엉뚱하게도 대통령 핵심측근 김경수를 감옥에 보냈다. 이렇게 좌충우돌하는 인물을 ‘안정’이 최우선인 법무장관이 임명한 이유는 윤석열에게 맞서 청와대를 지켜달라는 주문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캐릭터로는 더 큰 문제를 만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청와대가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 큰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
적로마가 방통의 죽음에 전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대통령 측근이 책임이 있다고 해도 종국적인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 방통의 죽음은 유비의 책임이고, 대한민국 위기의 최종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나 그 책임을 제대로 묻기 위해, 현재 문제되는 측근들을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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