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고품질의 대량생산 체제 등 총체적 경쟁력 우위"
"고가 스마트폰 보편화된것처럼 UAM 시장도 결국은 열릴 것"
"현대차그룹, 고품질의 대량생산 체제 등 총체적 경쟁력 우위"
"고가 스마트폰 보편화된것처럼 UAM 시장도 결국은 열릴 것"
신재원 현대자동차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부담당 부사장은 항공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최고위직 자리를 박차고 나와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에 합류했다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전략인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의 한 축인 UAM을 진두지휘하는 중책을 맡은 신재원 부사장을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만났다.
신 부사장은 1989년 NASA에 입사해 시니어 리서치, 헤드 리서치를 거쳐 관리직으로만 24년을 있었다. 클리블랜드 글램 리서치 센터에서 전체 항공연구 총책임자를 맡았고, 2004년부터는 워싱턴 D.C.의 NASA 본사에서 전체 항공 연구를 하는 미션 디렉터리의 부책임자(deputy)로 일하다 2008년부터는 전체 부서의 총 책임을 맡았다.
항공기술 분야 후발국인 한국인으로서 NASA의 항공연구 부문에서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다시 고국인 한국을 찾기까지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신 부사장은 “제가 현대차그룹에 입사를 결정한 것은 우선,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현대차그룹을 혁신하려는 의지가 신선하게 다가왔고 또 그게 올바른 비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계속 미국에서 일했는데 조국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연구를 하는 연구원이었지만 대부분의 경력 동안 연구 개발 관리를 했기 때문에 전세계에 있는 연구개발센터와 모든 항공기 회사(보잉, 록히드마틴 등) 등 다양한 기업체와도 일을 많이 한 경험을 바탕으로 UAM 사업을 현대차그룹에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UAM 사업을 맡기기 위해 신 부사장에게 오랜 기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은 전문가를 영입할 때 단순히 외부에 알려진 스펙이나 명성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길게는 수 년씩 직접 만나 식사도 하고 교류를 갖다가 비전을 공유할 만한 인물이라고 판단하면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면서 “신 부사장도 정 수석부회장과 상당 기간 교류하다가 정 수석부회장의 혁신 의지에 반해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신 부사장은 정 수석부회장의 비전인 ‘비행의 민주화’에 공감하는 한편 그가 맡긴 UAM 사업의 성공에 강한 확신을 보여줬다.
그는 비행의 민주화라는 용어에 대해 “엄청난 부자는 개인 비행기가 있으니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비행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행을 하려면 항공사의 스케줄에 맞춰야 한다”면서 “UAM 시장이 열리면 UAM이 시스템 안에 지상 이동 수단이 항공 수단과 완벽히 연계가 되면서 수요에 따른 항공 모빌리티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버와 리프트의 공유경제 모델이 UAM에도 적용되면 심리스(끊김 없는) 모빌리티 시스템이 갖춰져 수요에 완벽히 대응하는 모빌리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민주화’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 양산능력으로 '모든 사람이 타는 비행체' 제조 역량 보유
신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의 UAM 사업부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현대차그룹의 총체적인 능력은 UAM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UAM 사업부는 약 30명으로 조직의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 숫자가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총체적 능력”이라며 “현대차그룹은 고품질의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안전을 보장할 수 있으며, 원가절감이 가능해 결국 모든 사람이 탈 수 있는 기체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UAM 비행체를 아무리 설계를 잘하고 디자인 잘해도 양산체제를 구축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게 신 부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현재 상용화 되는 항공사에서 운항하는 비행기는 2만5000대 수준이며,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 보잉에서도 가장 많이 수입을 거두고 있는 737을 한 달에 60대 정도밖에 못 만드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 부사장은 전통적인 항공산업을 ‘극단적인 고도 기술을 요구하는 극단적인 소규모 시장’으로, 자동차 산업을 ‘일정 수준 고도 기술을 요구하는 극단적인 대규모 시장’으로 정의한 뒤 “UAM은 이 양자의 중간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고도 기술을 요구하면서도 규모가 큰 산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UAM이 실제 상용화가 되면 샌프란시스코나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하루에도 수백 번 운행을 해야 하는 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볼륨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면서 “기존 항공기 만들듯이 만들 수는 없고 기존 완성차 제조와 같은 방식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이런 양산 능력은 매우 큰 장점이다. 항공기 업체들은 대량 생산체제 접목이 어렵다”고 말했다.
전동화를 위해서는 전체 파워트레인 시스템, 배터리 시스템 등 전체적인 시스템의 컨트롤이 필요한데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등 부품회사를 거느리고 있어, 그렇지 못한 스타트업 회사들보다 유리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신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이미 갖추고 있는 역량이 있고 여기에 같이 새롭게 개발을 더하면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UAM은 항공기, 자동차가 같이 추구하고 공유하는 종합적인 시장"
30년간 NASA에서 항공 관련 업무를 하던 신 부사장이 현대차에서 자동차와 항공을 접목하는 일을 맡게 된 데 따른 이질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그에게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 부사장은 “현대차가 오랜 기간 완성차를 만드는데 집중했고 수십년 간 성공적인 자리를 구축해 왔는데, 최근 산업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면서 “70~80년대 일어난 디지털 혁명이 모든 산업의 기본이 되면서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만 만들고 비행기 회사는 비행기만 만든다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세기는 수영 레인을 벗어나면 반칙인 것처럼 자신의 라인을 유지해왔지만, 21세기는 빅데이터, 데이터 분석 등을 잘 써서 디지털 혁명의 최고봉으로 다른 산업과의 융화를 잘해 인류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느냐가 큰 주제”라고 설명했다. 전동화나 빅데이터 활용 상황인지 기술 등 항공기와 자동차가 같이 공유하는 기술이 많다는 점도 언급했다.
신 부사장은 “UAM은 항공기와 자동차가 같이 추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점을 갖춘 종합적인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UAM이 자율주행과 전동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도 충분히 승산이 있고 매우 커질 시장이기 때문에 여러 업계에서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간 경쟁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우위를 보일 것임을 자신했다. 그는 “UAM 사업을 위해 대량생산이 필요하다는 것은 현대차그룹 뿐 아니라 다른 회사도 다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폭스바겐그룹에 속한 아우디는 에어버스와 약 2년 전에 파트너십을 맺고 UAM 기체 개발하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현재 협력이 잘 작동이 안되고 있고, 토요타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통해 비행체를 개발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UAM 시장은 매우 커질 것이고 여러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면서 “20년 후에 모건스탠리 예측처럼 1조5000억달러(약 1750조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이고, 보수적으로 생각해 절반인 7000~8000억달러 정도의 시장만 돼도 매우 다양한 회사가 존재하게 될 텐제, 현대차그룹은 이를 선도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번 CES 2020에서 공개한 UAM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 PAV(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에 대해 전동화시킨 헬리콥터, 혹은 대형화한 드론과 차별점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 부사장은 “헬리콥터의 장점은 수직이착륙이 가능 활주로가 필요 없는 것인데, 그 장점을 PAV이 충분히 활용해 도심에서 활주로의 필요를 없앴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다만 헬리콥터는 심한 소음 때문에 선진국 대도시에서 운항하기 힘들지만, PAV는 그 점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의 힘으로 움직이니 큰 메인 로터 없이 훨씬 작은 로터 여러 개를 쓰게 되고, 로터의 스피드 역시 빨리 돌리지 않고 천천히 돌리는 것이 가능해 소음을 줄일 수 있으니 도심에서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 부사장은 PAV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기존 헬리콥터보다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헬리콥터는 메인 로터가 고장나면 제어가 안되지만, 콘셉트 PAV는 로터를 여러 개(8개) 사용하기 때문에 로터 하나가 고장이 나더라도 컨트롤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이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운워시(로터를 돌릴 때 아래쪽으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에 따른 영향 역시 PAV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신 부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헬리콥터는 아래로 부는 바람이 매우 크지만 UAM은 하나의 큰 메인 로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8개의 작은 로터를 쓰기 때문에 헬리콥터만큼의 다운워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UAM 위한 항법 시스템 구축, 테스트 공간 보장 등 정부 역할 중요"
UAM 사업 상용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신 부사장은 “이런 기체 개발을 위해서는 테스트가 필요한데, 안전을 테스트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기존의 항법 시스템과 충돌이 되지 않는 (UAM을 위한) 항법 시스템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규제를 무조건 완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기존의 규제를 어떻게 수정하고 보완해야 하는 것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면서 “기존의 규제도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인 만큼 어떤 규제를 어떻게 수정보완하고 규제가 제도로 작동하게 될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부사장은 고가의 스마트폰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할 정도로 보편화된 것처럼 UAM도 결국은 보편화될 것임을 확신했다. 수요가 있으면 시장은 열리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의 이치라는 것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수요가 워낙 크기 때문에 결국 시장은 열리게 된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100만원 넘는 스마트폰을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갖고 있는 물건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기술이 사람의 삶을 혁신시킬 수 있다”면서 “앞으로 교통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수요는 분명히 있고 시장이 열릴 것이다. 많은 정부와 회사들이 이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