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수요 부진으로 상반기 판매·가격 고심 깊어
해운사, 중국발 물량감소로 실적 타격 불가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 산업계의 피해가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 영향을 많이 받는 철강·해운업계는 수익성 제고를 위한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사들은 중국 철강 재고 급증, 국내 완성차 생산 중단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내수·수출 정책을 고심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물류 차질과 수요 부진이 맞물리면서 중국산 철강 유통 재고는 역대 최고치로 증가했다. 열연강판 유통 재고는 2월 말 기준으로 약 418만t을 기록, 2014년 이후 최대치이며 철근, H형강 등 봉형강 역시 479만t으로 늘었다. 2010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수준이다.
중국산 철강재들이 낮은 가격으로 한국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철강사들은 판매 비중이 높은 자동차강판, 후판 협상에서 분위기가 반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후판의 경우 조선사들은 지난해 영업손실, 선박 가격 정체 등을 근거로 철강사들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완성차 역시 판매 부진 등을 이유로 동결 또는 인하를 주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은 후판 부문 손실을 호소하고 있지만 조선사들은 연간 실적 적자를 이유로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중국발 물동량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운임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상해발 컨테이너 운임지수인 SCFI는 1월 말 981.19에서 3월 6일 현재 871.16로 11.1% 하락했다.
유럽 운임은 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당 830달러로 지난 4주 새 14.3% 가량 떨어졌다. 미주 서안은 FEU(4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당 11.9% 하락한 1361달러, 미주 동안은 9.2% 내린 2679달러다.
벌크선사 역시 운임 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건화물선 운임지수를 나타내는 BDI지수는 1월 평균 701.09에서 2월 460.6으로 34.3% 가량 급락했다. 3월 들어 500대로 올라섰지만 회복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조선업계는 철강·해운업계 보다는 영향이 적은 편이다. 선박 건조 기간이 통상 2년 이상 소요되는데다 원자재인 후판을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 대형 프로젝트인 LNG운반선 수주가 유력해 피해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가시권에 있는 LNG 프로젝트는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이 발주하는 40척, 미국 에너지업체인 아나다코(Anadarko)의 모잠비크(Mozambique) LNG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16척, 러시아가 추진하는 대규모 LNG쇄빙선 20척 등이 있다.
이 외에 미국 석유회사인 쉘이 나이지리아에 투입할 봉가 SW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FPSO) 수주도 예상된다.
다만 이들 프로젝트의 수주 시점을 예상하기 힘들고 대형 프로젝트를 제외한 다른 선박·플랜트 발주가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어 조선사들은 당분간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중공업(삼호·미포 포함)의 1·2월 두 달간 수주금액은 6억달러로 전년 동기 보다 33.3% 줄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도 전년 동기 대비 73.6%, 72.7% 줄어든 2억9000만달러, 3억달러에 그치고 있어 수주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