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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사태에도 '원유 투기' 광풍...투자 대안은?


입력 2020.04.23 05:00 수정 2020.04.23 00:46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원유 ETN·ETF 거래대금 1조원 돌파...레버리지 WTI ETN 괴리율 1000%↑

“유가 상승까지 시간 걸려, 투자 유의해야...에너지 생산기업 ETF 대안”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석유 굴착기와 펌프 잭 모습.ⓒAP/뉴시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석유 굴착기와 펌프 잭 모습.ⓒAP/뉴시스


국제 유가가 대폭락하면서 원유 파생상품 시장의 투기 광풍이 이어지고 있다. 유가가 마이너스로 가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원유 관련 상장지수상품(ETP)에 투자하는 동학개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유가의 더딘 회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원유에 대한 투자를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 대안으로는 유가와 상관관계가 높은 에너지 생산기업 투자를 제시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신한 레버리지 WTI 선물 ETN(H)은 전장 대비 28.18% 떨어진 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한 WTI원유선물 ETN(H)(-23.91%),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35.22%), KODEX WTI원유선물(H)(-10.80%), 대신 WTI원유 선물 ETN(H)(-29.97%), 미래에셋 원유선물혼합 ETN(H)(-29.98%) 등도 동반 급락했다.


반대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원유 상품들은 급등했다. 신한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H)(59.55%),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59.98%), QV 인버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59.96%) 등이 거래제한선인 60%까지 오르는 등 동학개미들이 급속도로 몰렸다.


앞서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3.4%(8.86달러) 하락한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 때 6.50달러까지 밀리기도 했다. 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하락 압력과 원유 시장의 선물 만기가 겹치면서 지난 20일 5월 인도분 WTI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 뒤 출렁이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상승에 베팅하는 ETN과 ETF를 대거 순매수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원유 관련 ETN·ETF 거래대금은 1조16억원을 기록하며 전날 6438억원 대비 55.5% 늘었다. 유가 관련 상품의 거래금액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시장에선 원유 선물 ETN의 괴리율이 높은 데다 저유가가 지속되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는다.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경우, 이날 장중 한때 괴리율이 1000% 넘게 벌어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최근 원유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관련 파생결합증권(DLS)도 상당수도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미상환 잔액은 9226억원으로 직전달 대비 87억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단기 균형이 왜곡되고 이러한 위험이 다양한 금융·실물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유가 상승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유에 대한 투자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원유수요와 재고 증가 상황은 가변적이기 때문에, 단기적 가격 왜곡과 불안정성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원유 관련 금융 상품과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마이너스 유가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하지만 여전히 리스크는 존재한다”며 “예상과 다르게 원유 재고 축적 속도가 조절되지 않는다면 WTI 6월물 만기일이 임박했을 때에도(5월 21일)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는 원유에 대한 투자를 유의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수요 반등이 가시화 된다고 하더라도 원유 재고가 역사적으로 높은 상황이라서 유가 상승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장 변동성은 5월분 선물을 다음월물인 6월분으로 갈아타는 롤오버 이후 점차 안정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추가 상황을 보며 헤지 전략을 펼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유럽 내 경제 재개 여부와 5월 1일부로 시행되는 OPEC+의 감산 이행까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유가의 더딘 회복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며 향후 콘탱고 상황을 고려한 적시적인 헤지 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콘탱고는 만기가 긴 선물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은 상태를 뜻한다.


또 비용과 장기투자 등을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에너지 생산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 ETP는 롤오버 비용을 이겨내야 하고 레버리지 투자 시에는 변동성도 이겨내야 하는 상당히 난이도 높은 투자”라며 “비용에 민감하고 장기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유가와 상관관계가 높은 에너지 섹터 주식이나 에너지 생산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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