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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초집중 시대④] 헌재도 권력편?…사법 독립 무너지나

  • [데일리안] 입력 2020.05.28 05:00
  • 수정 2020.05.28 05:17
  •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심의·표결권 부정에 면죄부…'헌재의 자살'인가

한명숙 판결 뒤엎기…'한 번도 경험 못한 나라'

하반기 공수처장 추천·대법관 지명이 '시금석'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헌법재판소 대심판정(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헌법재판소가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부정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결정을 내렸다. 사상 초유의 권력 초집중 시대를 맞아 입법부가 청와대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사법부마저 권력의 편에 서서 삼권분립을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은 27일 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이 문희상 의장을 상대로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서 있었던 상임위 강제 사·보임 결재 행위를 놓고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한 것을 기각했다. 이들은 "국회가 자율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자유위임원칙이 제한되는 정도가 헌법적 이익을 명백히 넘어선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입법권과 법안 심의·표결권을 가진 헌법기관이다. 국회법의 명문 규정을 넘어서 의원 개인의 뜻에 반해 강제로 사보임하는 행위가 허용된다고 하면, 의원을 300명이나 둘 이유가 없다. 교섭단체대표의원만 존재하면 되는 것이다. 헌법재판관 다수가 권력의 편에 기운 듯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데 동조한 헌법재판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명권을 행사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석태 헌법재판관, 국회 더불어민주당 몫으로 지명된 김기영 헌법재판관 등 다섯 명이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겉모양만 남았는데도 정작 입법부의 수장 문희상 국회의장은 "정치로 해결해야 할 일을 사법부에 심판해달라고 의뢰한 부분은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역으로 성을 내며, 마지막까지 스스로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빈축을 샀다.


이에 반해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오신환 의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이뤄진 사보임은 사개특위에서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자의적인 강제 사임에 해당해 자유위임에 기초한 국회의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의 위임을 받은 헌법기관"이라며 "오신환 의원에 대한 강제 교체를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자율권 행사라 말했지만, 이는 오히려 국회의원 개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헌법재판관 다수에 의해 마치 결론을 정해놓고 이유를 짜맞춘 듯한 결정이 내려진 것과 관련해, 권력 초집중 시대의 어두운 서막을 알리는 '사법 암흑의 결정'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헌법재판소란 독일 나치 세력이 수권법(授權法)을 통해 민주적인 바이마르 헌법을 무력화하자,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전후 독일에서 창설된 독일연방헌법법원으로부터 나온 제도다. 헌재 제도의 근원이 행정권력의 입법부 침탈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비롯됐는데, 오히려 입법권 무력화에 동조하는 듯한 결정이 내려진 것은 헌법수호기관으로서 '헌재의 자살'에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이날 헌재 결정은 권력 초집중 시대 초입에서 '바람 앞의 등불' 신세로 전락한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 원칙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서 청와대 권력만 움켜쥐어도 대통령 몫의 임명권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 몫의 임명권을 통해 사법부를 비롯한 여러 분립된 헌법기관들을 간접 지배할 수 있다. 여기에 4·15 총선의 결과, 177석 거대 여당이 탄생하면서 입법부마저 초집중된 권력에 완전 장악됐다. 삼권분립 자체가 형태만 남아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형해화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친노·친문 세력의 대모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해 받은 유죄 확정 판결을 뒤엎으려는 최근의 시도는 사법권을 포함한 삼권을 완전히 수중에 넣었다는 '초집중 권력'의 자신감을 보여준다는 관측이다.


이 사건은 한명숙 전 총리의 여동생이 전세자금 1억 원을 정치자금으로 수수된 수표 가운데에서 지출하는 등 결정적인 물증이 갖춰져 있는데도, 일부 매체들이 앞장서서 재수사·재심의 '바람잡이'를 자임했다. 별다른 새로운 내용도 없는 이들의 보도가 나오자, 여당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재수사·재심·공수처 등을 거론하고 나섰다.


권력만 잡으면 자기편 범죄자의 확정된 유죄 판결도 무죄로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은 1987년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과 1997년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몇 차례의 권력 교체가 있는 동안, 어떤 권력자도 해보지 못했던 발상이다. 총선 압승으로 '초집중 권력'이 탄생하자, 그 자신감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절대 다수 의석으로 '마지막 퍼즐' 국회권력을 손아귀에 넣은 '초집중 권력'이 사법부 완전 장악에 나설지 여부는 올해 하반기에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이른바 공수처법이 시행된다. 사법부 장악에 시동을 거는 '열쇠' 역할인 공수처장 추천 과정에서 어떤 인물이 물망에 오르느냐에 따라, 사법 장악 시도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권순일 대법관의 임기도 올해 9월에 만료된다. 신임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회 본회의의 임명동의 의결 절차에 앞서 인사청문회도 거쳐야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희상 의장의 폭거에 면죄부를 준 5인 헌법재판관의 지명 경로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인물이 사법부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은 지켜질 수도, 무너져내릴 수도 있다"며 "하반기 신임 대법관 제청과 임명 과정은 '초집중 권력'이 삼권분립 원칙을 바라보는 태도를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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