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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사건 '재심' 대신 '재조사' 추진...무리인 줄 알지만 포기 못해


입력 2020.05.28 17:02 수정 2020.05.28 18:36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법무부, 한명숙 사건 ‘재조사’ 곧 착수 예정

검찰 수사과정에 강압·인권침해 있었는지 조사

수사과정 문제 드러날 시 ‘무죄’ 효과 노릴 수 있어

'윤석열 퇴진' 의도 드러내지 않으면서 검찰 개혁 드라이브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한명숙 전 총리 ⓒ노무현 재단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한명숙 전 총리 ⓒ노무현 재단 제공

민주당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명숙 전 총리 뇌물사건 재조사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는 거짓진술을 검찰로부터 강요받았다는 이른바 ‘한만호 비망록’이 재조명되면서다. 거대 집권여당의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이 사안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기세가 심상치 않다.


물론 ‘재심’은 쉽지 않다. 형사소송법 420조에 따르면, 증거가 위조 또는 변조, 허위이거나 원판결을 변경할만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될 때 당사자의 재심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만호 비망록’은 1심부터 전부 증거로 제출돼 재판부의 판단을 이미 받았다. 더구나 비망록 작성자인 한씨는 이미 2018년 사망해 추가 진술이나 증거제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심이 어렵다는 사실은 민주당 측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 전 총리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재심 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말끝을 흐린다. 28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과거 사건이 다시 이슈가 돼 부담스럽다”는 뜻을 주위에 밝혔다고 한다. 한 전 총리 측은 “재심을 의도하거나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신 꺼낸 카드가 법무부의 ‘재조사’다. 한 전 총리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강압적이고 반인권적 수사가 있었는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출정조사 관행이 지난친 검찰의 특권이자 검찰개혁의 과제 중 하나임을 여러 의원들이 지적한 바 있다”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인권 보호를 위해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무부는 강압수사가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 재조사에 들어갈 전망이다.


‘재조사’의 노림수는 크게 두 가지다. 재심을 하지 않고서도 사실상 ‘무죄’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첫 번째다. 검찰의 수사에 강압이 있었기 때문에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결과도 당연히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설훈 최고위원은 “사법부 결정 중 과거 인혁당 사건 같은 사법살인도 있었다”며 한 전 총리 재판을 과거 사건과 동일선상에 놓기도 했다.


검찰개혁의 또 다른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도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검찰개혁 이슈가 ‘윤석열 퇴진’ 주장과 맞물려 들어가는 상황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윤 총장을 임명한 사람이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윤 총장에 맞춰진 검찰개혁 초점을 분산시키면서도 동력을 이어갈 수단으로 이번 사건을 거론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의리를 지킨다는 차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지켜보는 여권 밖의 시선은 냉랭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관행 문제와 재판은 완전히 별개”라며 “재조사를 통해 검찰의 강압수사의 흔적이 나왔다고 해서 한 전 총리 사건 자체가 무죄가 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법원이 “의혹 제기 만으로 과거의 재판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춰질까 염려가 된다”고 입장을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은 적이 없는데 검찰이 증거와 증언을 조작해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것인지, 아니면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인데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무리한 짓을 했다는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하라)”며 “어떤 이유에선지 민주당은 이 두 경우를 명확히 구별하지 않은 채 대충 섞어서 얘기하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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