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최다연패 굴욕 뒤집어 써
KBO리그 경기력 평가 왜곡과 승리의 가치 폄훼 우려까지
한화 이글스가 35년 만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치욕스러운 불명예 기록에 도달했다.
한화는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서 펼쳐진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2-5로 져 18연패 늪에 빠졌다.
외국인 투수 채드 밸을 선발로 세운 한화는 대체 선발로 등판한 두산 최원준의 프로 첫 선발승 희생양이 됐다. 허약한 타선은 9회말 2점을 올렸지만 전세를 뒤집지 못한 채 18연패를 받아들였다.
역대 KBO리그 최다연패 타이기록이다. 약체의 대명사인 삼미 슈퍼스타즈가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1985년) 뒤집어썼던 굴욕을 21세기에 똑같이 당했다.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있던 초창기에 당한 18연패 보다 더 수치스러운 기록이다.
그것도 홈에서 당했다.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로 치른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한화는 초라한 18연패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고개를 숙였다. 선두 NC에 18.5게임차 뒤진 한화(7승27패/승률 0.206)는 2할대 승률도 지키기 어려워 보인다.
시즌 전부터 약점으로 지적됐던 얇은 선수층은 독이 됐다. 하주석·오선진 등 컨디션이 좋았던 주축 선수들이 이탈할 때마다 한화는 여파에 시달리며 타개책을 찾지 못했다. 팀이 전체적으로 침체됐을 때, 갑작스럽게 미치는 선수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한화에는 그런 행운도 없었다.
그렇게 12번을 내리 졌다.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파열음이 일어났다. 지난 6일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장종훈 수석코치와 정민태 투수코치, 김성래 타격코치, 정현석 타격코치가 1군에서 갑자기 말소됐다. 코치들은 통보를 받고 귀가했고, 한용덕 감독은 코치가 4명이나 빠진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는 볼썽사나운 수준 이하의 상황을 노출했다.
우려대로 졌고, 다음 날에도 연패 사슬을 끊지 못한 한용덕 감독은 정민철 단장을 찾아가 사퇴의사를 밝혔다. 코치진 대거 말소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은 채 정든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벗었다. 성적에 상관없이 “나는 행복합니다~”를 부르며 한화를 무조건 응원했던 대전 야구팬들도 “지금 대체 뭣들하고 있는 것이냐”며 격정을 토로했다.
한용덕 감독 사퇴 후 2군에 있던 최원호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으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더 참담했다. 무려 10명의 선수들을 2군으로 내려 보내는 갑작스러운 충격 요법은 전혀 효험이 없었다. 가뜩이나 침체된 분위기에서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실수를 저지르고 주눅 들어 프로다운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한화의 18연패는 한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화를 꺾은 팀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없다. 깊은 연패 수렁에 빠져있는 한화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감독들도 인터뷰에서 한화 연패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낀다. 전체적으로 너무 조심하고 의식하다 보니 뻔한 인터뷰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한화를 상대하는 팀의 팬들은 이겨도 흥미가 반감된다. 소중한 1승의 가치가 폄훼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가뜩이나 무관중 경기로 인해 구단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마케팅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구단의 무한 추락은 KBO리그 전체를 우울하게 만든다.
더 답답한 것은 연패 사슬을 끊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야구팬들은 강팀들과의 연전을 앞두고 있는 한화의 경기일정을 들추며 ‘00연패’라는 웃지 못 할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