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보고서 "비민감 전략물자 품목 대상 가능성"
우리나라가 지난 1년간 일본의 수출 규제에 잘 대응했지만 기초유분, 반도체 제조용 장비, 플라스틱제품 등 비민감 전략물자 품목을 중심으로 추가 수출규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30일 발표한 ‘일본 수출규제 1년, 규제품목 수입동향과 대일 의존형 비민감 전략물자 점검’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규정한 비민감 전략물자는 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나 기초유분, 플라스틱 제품 등 기초 소재에 집중돼 있다.
이들 품목의 대일 수입 의존도도 대부분 80~90%에 달한다.
비민감 전략물자는 일본이 지난해 법령 개정을 통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이후 수출심사를 크게 강화한 품목으로 대일 의존도가 높을수록 수출규제에 취약한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비민감 전략물자 중 일본으로부터 100만 달러 이상 수입하고 대일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 100개를 HS코드를 기준으로 선별한 결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나 기초소재류 품목 등 상위 3개 품목군에 56.7%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초유분의 경우 일본 의존도는 94.8%에 달했고 반도체 제조용 장비(86.8%), 플라스틱제품(83.3%), 사진영화용 재료(89.7%) 등도 높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비민감 전략물자의 경우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일본이 개별 허가나 자율준수(ICP)기업을 활용해 특별 포괄허가로만 제한적으로 반출이 가능하다.
수출규제 전까지 일반 포괄허가로 쉽고 빠르게 반출입이 이루어졌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제도적으로 문턱이 높다.
보고서는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지난 1년 동안 직접적으로 수출규제를 받은 품목들도 모두 비민감 전략물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이 추가 수출규제를 단행할 경우 비민감 전략물자가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1년 동안 수출규제 3개 품목의 통관 수입실적을 분석한 결과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는 대일 수입 의존도가 6%p와 33%p 감소하고 벨기에와 대만으로 수입처가 다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수출규제 전후로 대일 의존도가 90% 이상 유지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규제품목에 비해 수출규제 이전부터 국산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입 차질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홍지상 무협 연구위원은 “당초 우려와 달리 수출규제 품목에 대해 우리 기업과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규제품목 국산화 및 수입 다변화 노력을 기울인 결과 사실상 일본이 노렸던 국내 수급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일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일본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 등에 반발해 추가 규제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만큼 지난 1년의 경험을 살려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