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성추행 의혹엔 입 닫고 '공(功)' 강조
"님의 뜻 기억"…與 추모현수막 문구도 논란
12일 오전 10시 50분 기준 서울시장(葬) 반대 靑청원 50만명 넘어
정치권에서 여직원 성추행 의혹 제기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권 인사들의 발언과 '추모 현수막'에 적힌 문구 등을 놓고 '2차 가해' 우려 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서울시장과 시민운동가로서 박 시장의 업적을 기리며 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곳곳에 내건 현수막엔 '故박원순 시장님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는 문구가 적혀져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여권 인사들의 언행은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 시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성추행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서 (성추행 혐의로 박 시장을 고소한) 그분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박 시장이 평생을 바쳐서 이뤄왔던 시민운동, 인권운동, 그리고 지방정부의 혁신, 지방분권 확대와 공유경제, 환경도시 같은 새로운 아젠다를 만들어왔던 박 시장의 업적 또한 충분히 존중받고 추모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공과는 누구나 다 있다. 애도하는 기간 중에는 굳이 그렇게 흠을 잡지 않는 게 미풍양속으로 안다"며 "애도 기간 중에는 공에 집중하고 애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전 의원은 "(박 시장은) 무엇보다도 시민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며 "저부터라도 그 분의 해내지 못한 남은 과제들을, 그 분이 쓴 저술 자료들을 잘 발굴해서 시민들에게 돌려드리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너무 안타깝다"며 "2032년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 유치를 위해서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게 박 시장 유지를 받드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은 지난 10일 "참여정부 출범 때부터 뵀었고, 맑은 분이었기 때문에 세상을 하직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며 울먹였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처럼 일부 여권 인사들이 박 시장의 '공(功)'을 부각한 데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1일 "그래서 피해자에게 '그 분은 공이 크니 네가 참고 넘어가렴'이라고 할 거냐. 아니면 '그의 공이 네가 당한 피해를 덮고도 남는다'고 할 거냐"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의 서울 곳곳에 내건 '추모 현수막'에 대해서도 "도대체 뭐 하는 짓들인지. 잊지 않고 계승하겠다고 하니 민주당 지자체장들의 성추행,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쏘아 붙였다.
한편, 박 시장의 장례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간 치러지며 발인은 13일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은 12일 오전 10시 50분 기준 5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