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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다”…국내 코로나 치료제 임상 잰걸음


입력 2020.07.14 06:00 수정 2020.07.13 17:24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렘데시비르·클로로퀸·칼레트라 기대 이하

국내 임상은 12건 진행… 치료제 10건·백신 2건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가 예상보다 실망스러운데다 우리나라 국민의 항체보유율이 0.03%로 집단면역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자료사진) ⓒ셀트리온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가 예상보다 실망스러운데다 우리나라 국민의 항체보유율이 0.03%로 집단면역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자료사진) ⓒ셀트리온

국내 제약, 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력한 치료제로 관심을 모았던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가 예상보다 실망스러운 데다, 우리나라 국민의 항체보유율이 0.03%로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발표되면서 더욱 힘을 싣는 분위기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사의 '렘데시비르'는 국내에선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42명의 중증환자에 투여됐다. 그중 상태가 호전된 사람은 9명, 효과 판단이 어려운 사람은 그보다 많은 15명으로 나타났고, 악화된 환자도 3명이 나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렘데시비르)약제에 의한 호전인지 다른 대증요법이나 환자의 면역도에 따른 호전인지 불분명하다”면서 "42명의 전체 투여자에 대한 치료제 효과는 원칙적으로 투여군과 비투여군을 완벽하게 비교해야만 언급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중앙임상위원회 등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렘데시비르 외에도 유력했던 코로나 치료제 후보들도 하나둘씩 기대를 저버리는 상황이다.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의 경우 심장 박동과 신경계 등에서 부작용이 커 미국에서 긴급사용이 취소됐다.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역시 세계보건기구(WHO)가 임상시험을 중단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치료제 10건, 백신 2건으로 지난달 26일 식약처가 발표한 이후 2건의 임상시험이 추가 승인됐다.


추가로 승인된 2건은 크리스탈지노믹스의 'CG-CAM20'과 대웅제약의 '호이스타정(DWJ1248정)'이다. 호이스타정의 주성분인 '카모스타트'는 대웅제약이 자체 생산해 시판 중인 의약품으로, 독성 등의 안전성 데이터를 인정받아 임상 1상 없이 곧바로 2상에 진입한다.


만성 췌장염 및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사용하는 카모스타트는 세포 단계 시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활성을 억제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에서 생존율 개선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영국·독일 등 5개국에서도 카모스타트 성분이 들어간 의약품의 임상이 진행 중이다.


기존에 다른 적응증 치료를 위해 출시됐지만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약물재창출' 방식의 임상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SK케미칼 알베스코(성분명 시클레소니드), 영풍제약 페로딜(성분명 이펜프로딜), 부광약품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 신풍제약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성분명 피로나리딘 인산염·알테슈네이트), 종근당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 등이 대표적이다.


방대본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단 브리핑에서 "현재 약물 재창출 사례 임상 10건 중 시클레소니드, 클레부딘, 이펜프로딜 등 3개에 대한 시험은 연말까지 완료될 전망"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엔지켐생명과학의 항암화학요법유발 호중구감소증(CIN) 치료제 'EC-18' 등이 임상2상을 승인받았고, 셀트리온의 항체 치료제 ‘CT-P59’ 임상 1상도 이달 중 시작될 예정이다.


동화약품의 신약 후보물질 ‘DW2008’도 이달 내에 임상 2상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화약품의 의뢰로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수행한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활성 스크리닝 결과에 따르면 DW2008은 세포실험에서 렘데시비르에 비해 3.8배, 클로로퀸에 비해 1.7배, 칼레트라에 비해 4.7배 높은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였다.


속도 내는 '혈장치료제'… 연내 개발 완료 목표


이 중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건 녹십자가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다. 녹십자는 혈장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150여명의 완치자 혈장을 확보, 이달부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당국은 신속한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해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 1상을 면제해줬다. 대상 환자들에게 투여해 치료 효과를 탐색하는 임상시험 2상을 시행한 후 연말까지 치료제를 만든다는 목표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물이 개발돼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창기와 다른 변종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GH형으로 불리는 이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은 초기 바이러스보다 치명률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6배 가량 전파력이 높다.


지난 6일 방대본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형은 GH 그룹이다. 국내에서 검출한 바이러스 526건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 GH 그룹의 바이러스가 63.3%인 33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V 그룹 바이러스 127건, S 그룹 바이러스 33건, GR 그룹 바이러스 19건, G 그룹 10건, O그룹(기타 그룹) 4건 등의 순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기존에 개발 중인 치료제나 백신이 효력이 없어질까하는 우려가 많다"면서 "변종 바이러스까지 무력화할 수 있는 치료제가 빠르게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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