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0.58% 상승…“규제에도 집값 상승세, 수요층 불안감 자극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오죽하면 김 장관 말을 안 들었으면 몇 억을 벌었을 텐데 라고 하는 인터넷 글을 보았느냐’는 윤영석 미래통합당 의원 질의에 “집값이 오름으로 인해 젊은 세대와 시장의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 장관은 부동산 대책 실패 지적에 “정책이 종합적으로 다 잘 작동하고 있다”면서 부동산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나름 사과의 뜻을 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장관은 ‘오히려 아무런 정책을 하지 않았으면 이렇게까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지 않았을 것’이란 비판에 대해선 “세계적인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장에만 맡기면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에도 서울 집값의 상승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다만 상승폭이 줄어들고 매수문의도 조금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주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은 0.58% 상승하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특히 강북구와 도봉구, 노원구, 양천구, 중랑구, 강서구 등 중저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높았다.
여기에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133.0으로 전주(136.5)보다 소폭 하락했다. 강북지역은 전주(145.3)보다 하락한 137.2를 기록했고, 강남지역은 전주 128.8에서 129.3으로 유사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화와 관련된 대책에 대한 반응이 예전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천천히 반영되는 형세를 띄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연이은 대책 발표로 매매 시장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취득세 인상 전 사자는 매수세로 높은 호가에도 한 두건씩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봤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매매가격 상승폭이 2주 연속 둔화됐지만 상승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어 수요층의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이다”며 “특히 6.17대책을 통해 정부가 규제지역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음에도 6월말까지 수요자들의 추격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저가 매물들이 모두 소진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상승폭이 소폭 줄어들고 있지만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도봉, 성북, 노원, 구로의 상승 흐름이 여전한 이유”라며 “이 때문에 물건을 쥐고 있는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고점 경신은 지속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이 기계도 아니고 ‘다 잘 작동하고 있다’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현 정부의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그릇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며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결과가 나타나는 데 시차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지금의 시장은 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이것저것 막 갖다 붙이다 보니 결국 본질을 잃은 누더기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