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만 나서는 수도이전, '국토균형발전' 반대하는 야당 만들려는 프레임
정국을 반전시키기 위한 수도이전 꼼수...꼼수에는 정수로 응해야
통합당은 시간끌기로 대응하지 말고 '제도와 절차'에 따른 국민선택 주장하라
하루도 평안한 날이 없다. 경제난과 안보 불안에 코로나까지. 힘들고 불안해서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그런데 뻔한 일에 대해서도 극구 우기는 작태들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져 울화가 쌓이고 가슴이 답답하고 체증이 가시질 않는 요즘이다.
매번 수학에서 낙제점을 맞는 학생이 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누구나 사용하는 공식은 쓰지 않고 자기가 만든 엉터리 공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선생님이 공식 대입해서 문제 풀라고 아무리 가르쳐도 듣지 않는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는 수학은 싫고 운동장 나가 체육 하겠다고 한다. 선생님은 이 학생을 어찌해야 할까?
문재인 정권이 이 시점에 수도이전 카드를 꺼낸 이유는 국민 누구나 안다. 총선 압승해서 세상이 온통 자기 것이 된 줄 알았는데 거꾸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게다가 자기가 만든 엉터리 공식 때문에 엉망이 된 부동산 문제는 더 이상 풀 자신이 없다. 그래서 옛날에 재미 좀 보았던 수도이전 던진 것이라는 것, 그걸 누가 모르겠는가? 그런데 세상 인심이 참 묘한 것이, 이런 꼼수에 사람들 마음이 흔들리고 야권은 갈팡질팡한다. 국민들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말에 심정적으로 끌리고 야권은 혹시 다가오는 대선에서 2002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사실 압도적인 의석을 가진 집권당이 수도이전을 추진하면 야당으로선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수도이전이란 국가적 대사를 놓고 집권당만 나서 모든 것을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난리다. 정작 청와대와 정부는 한마디 말이 없다. 집권세력의 작전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인다. 수도이전 문제를 국가적 대사가 아닌 집권당과 야당의 대결구도로 만드는 것이다. 국토균형발전에 찬성하면 집권당, 반대하면 야당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나아가 지방과 서울의 대결구도, 돌이켜 지난 총선거-지방선거-대통령선거의 대결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야당 입장에선 이런 구도가 달가울 리 없다. 선거에서 연전연패한 게 사실이고 정당 대결 구도로 갔을 때 과연 승산이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정략에 어정쩡한 입장으로 일관하거나 마냥 시간끌기로 대응해선 안 된다. 이미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집권세력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판에 야당이 아무리 국력 낭비와 국민 분열을 내세워 비판한들 추진 그 자체를 막을 순 없기 때문이다.
꼼수엔 정수로 응하는 것이 정답이다. 국민을 믿고 국민의 선택을 구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정권이 아무리 야바위처럼 굴어도 이 나라엔 제도가 있고 절차가 있다. 집권세력이 수도이전을 추진하겠다면 야당은 의연하게 제도와 절차에 국민의 선택을 받자고 주장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정녕 수도이전을 하겠다면, 청와대와 정부가 먼저 수도이전의 명확한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게 순서다. 청와대와 국회, 아직 서울에 남아 있는 정부부처는 어떻게 할지, 각종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어떻게 할지,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국가유관기관이나 단체는 어떻게 할지 방안을 완성해서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이전은 언제부터 시작해서 언제까지 끝낼지, 그 비용은 얼마나 들고 어떻게 조달할지 밝혀야 한다. 이런 연후에 정부의 방안을 놓고 국회가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여야 간에 이견이 상존하는데 국회가 방안을 먼저 내놓은 것은 논리적으로나 절차적으로 옳지 않다.
정부의 방안이 공개되고 국회가 논의를 시작하면 국민들 사이에서 다양한 공론들이 형성될 것이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청구가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2004년 내렸던 결정을 번복할지 유지할지 결정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수도이전에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그에 따르면 될 것이다. 이 경우 정부는 헌법개정안을 내놓고 국회가 논의하여 <국민투표>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공화국에 존재하는 제도와 절차에 따라 수도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 정부와 집권당이 이러한 제도와 절차에 따라 수도이전을 추진하면 야당은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정수다. 정국을 반전시키기 위해 내놓은 집권세력의 수도이전 꼼수는 참으로 고약하다. 하지만 이 고약한 꼼수에 대응하는 올바른 방법은 공화국의 제도와 절차에 따라 국민의 두는 정수일 것이다.
글/ 김용태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