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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물물교환, 대북제재 위반 우려 없나


입력 2020.08.09 04:00 수정 2020.08.09 05:55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中 통한 물물교환으로 제재 우회 시도

北 당국 연관성 있다면 추진불가…'웜비어법' 영향

北 단체명, 과거 제재위반 의혹 단체명과 유사

전문가 "韓 정부, 확인 부담 안고 있어"

지난 2018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남측 대표단과 수행원, 기자단에게 오찬장에서 제공된 평양술(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18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남측 대표단과 수행원, 기자단에게 오찬장에서 제공된 평양술(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통일부가 물물교환을 골자로 하는 남북 교류협력안에 대해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인 가운데 관련 사업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제3국인 중국을 통한 중개무역으로 제재를 우회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지만, 미국의 '제3자 제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익현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통일농협) 이사장은 지난 7일 통화에서 "통일부 의지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면서도 "승인이 이뤄지면 앞으로 수입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 민간단체인 통일농협은 북한 술과 남측 설탕을 중국회사를 통해 주고받는 계약을 체결한 뒤 통일부에 사업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계약서에 따르면 북한 술은 남포에서 출발해 중국 대련(다롄)을 거쳐 인천으로 들어오게 된다. 한국 설탕은 같은 루트를 거꾸로 밟아 전달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이번에 수입을 추진 중인 술이 만병 이상"이라며 "일반 국민에게도 판매가 가능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북한 술이 오두산 통일전망대‧파주 평화누리 공원 등 공공시설은 물론, 한국 내 북한 음식전문점 등에서도 판매됐던 만큼 판매처 확보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통일농협 측은 통일부의 사업 승인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박종필 통일농협 부회장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가 (계약서를) 접수하기 전부터 통일부 측과 협의를 해왔다"며 "승인을 안 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해당 사업과 관련해 "제반 조건이 합의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부회장은 이번 사업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본궤도에 올랐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5월 24일 이후 (북측에) 접촉해 300종 정도의 리스트를 서로 주고받고 검토를 했는데 6월 16일에 연락사무소 폭파사건이 있었다"며 "잘 될 수 있을까 굉장히 우려를 했는데 (김정은이) 23일에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한 직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업 참여 北 단체 검증 필요할 듯
'노동당 39호실'과 연관성 있을 수도
외교부 차원서 美 협조 구하진 않은 듯


전문가들은 남북 간 물물교환이 이뤄지기 앞서 한국 정부가 북측 거래대상에 대해 면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지난 6일(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측 교역 파트너가 △대북제재 대상의 산하기관(subsidiary)이거나 △유령회사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노동당 39호실(북한 군부)과 연관성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북한 술 공장이 군인 보급용 술을 생산하기도 하는 만큼, 이번 교역에 나선 북측 단체가 북한 당국과 무관한 민간단체라는 점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 대성백화점 2층 고급술 매장 전경(자료사진). ⓒ평화경제연구소 북한 대성백화점 2층 고급술 매장 전경(자료사진). ⓒ평화경제연구소

특히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측 단체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조선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 동일한 회사인지 등을 확인한 뒤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평가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2017년 베트남 무역박람회에 참가한 조선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를 노동당 39호실 산하 외화벌이 업체로 규정하고 베트남 정부 측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노동당 39호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밀 곳간'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2016년 유엔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가 같은 회사로 판명나거나 연관성이 확인될 경우 사업 추진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미국이 북한 단체에 자금·자산을 제공한 개인·단체를 직접 제재하는 이른바 '오토 웜비어법'을 적용해 '제3자 제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탠튼 변호사는 "한국 측 단체와 그 단체를 관장하는(regulates)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 대상 단체에 현금·자산 등의 이익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대북제재 면제 여부 등을 미국과 직접 논의해온 외교부는 이번 사업과 관련해 미국과 별도 논의를 갖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과 협업을 계속 잘 해나갈 것"이라면서도 "지금 알고 있는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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