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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2.5단계라도 시행해야"…역대 최대 수도권 감염에도 정부는 요지부동


입력 2020.08.28 04:00 수정 2020.08.28 00:07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수도권 확진자 처음으로 300명 넘어

30%는 '깜깜이 환자'…'질적'으로도 악화

정부, 거리두기 2단계 효과 좀 더 지켜보기로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보행자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보행자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사상 처음으로 수도권 일별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섰다. 비수도권에선 160일 만에 100명 이상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다.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날 같은 시각보다 441명 늘었다고 밝혔다. 일별 신규 확진자가 400명을 넘어선 건 '신천지 집단감염' 여파가 이어졌던 지난 3월 7일 이후 처음이다.


사실상 '대구·경북 대유행' 수준의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한 셈이지만, 방역 당국은 향후 발생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2단계 효과가 바로 나타나기에는 아직까지 시간이 짧은 측면이 있다"며 "3단계 격상 여부와 관련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과 23일, 수도권과 전국에 각각 도입된 거리두기 2단계 효과를 가늠해보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발생 양상 등 '질적' 요소를 살펴보면 방역 대응 수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발생한 신규 확진자의 33.2%는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았다. 지난 2주간 발생한 환자들로 범위를 넓혀도 '깜깜이 환자' 비율은 19.4%에 달한다.


감염경로 파악이 안 됐다는 건 아직 드러나지 않은 확진자가 있다는 뜻이다. 지난 14일 이후 발생한 확진자가 3936명이라는 걸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700명 넘는 확진자가 제약 없이 지역사회를 활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방역 정책 참여도와 국민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거리두기를 상향 조정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주말(22~23일) 동안 수도권 이동량은 직전 주말에 비해 1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주말'이 임시공휴일(17일)로 이어지는 연휴 기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외부 활동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뜻이다. 앞서 지난 2월 대구·경북 대유행 당시에는 주말 이동량이 최대 38.1% 감소한 바 있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한 방문자들로 선별진료소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한 방문자들로 선별진료소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거리두기 단계, 3개뿐이라 정부 운신 폭 좁아"
"'2.5단계' 설정하고 일부 시설 규제 나서야"


방역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상향에 따른 경제 위축 우려를 모르지 않는다면서도 확산세를 꺾기 위해선 방역망을 보다 촘촘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최후의 보루' 성격을 띠는 3단계 상향 카드를 쉽게 꺼내기 어렵다면, 거리두기 단계를 세분화해서라도 대응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단계 격상이 사회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된다는 정부 고민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정부가 이미 제시했었던 단계별 기준에 부합하는 상황이다. 조속한 단계 격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가 3개 밖에 없기 때문에 운신 폭이 너무 좁다"며 "무엇보다 2주 단위로 격상 여부를 평가하는 건 간격이 너무 넓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조금 조정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로 죽느니 잘못하면 굶어 죽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서민경제가 굉장히 나쁜 점을 감안하면 2.5단계 정도를 설정한 다음 일부 고위험시설, 중위험시설을 선제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유흥시설 앞에 출입금지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가운데 시설 출입구에 집합금지명령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서울의 한 유흥시설 앞에 출입금지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가운데 시설 출입구에 집합금지명령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확산세 못꺾으면 의료시스템 붕괴할 수도"
"인명피해 막기 위해 3단계 격상 서둘러야"


일각에선 인명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단계 격상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단계로 올리는 데 경제 활성화를 가지고 고민할 게 아니다"며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인명도 중요하다. 지금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의료시스템 붕괴로 만성병 환자·암 환자·이식 환자 등이 제때 치료를 못 받아 사망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신규 확진자와 중증환자가 급증하면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며 "의료계 총파업으로 엎친데 덮친격인 상황이다. (거리두기를) 3단계로 상향해 확산세를 꺾어 의료시스템이 붕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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