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파기 환송심에 경영승계 의혹 재판까지
재계, 삼성 '사법리스크' 경제 전반으로 확산 우려
검찰이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2017년 ‘국정농단’ 특검 기소에 따른 재판이 3년이 지나서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재판까지 받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더욱 커지면서 삼성전자의 경영 공백도 최소 3~5년 더 이어질 전망이다.
1일 재계는 검찰의 이번 기소로 인한 삼성전자의 사법리스크 확대가 미칠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은 1일 이재용 부회장 및 전현직 경영진 등 11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2018년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 수사에 착수한지 1년 9개월만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지난 6월 무리한 조사와 진행 절차를 벌이면서 삼성의 경영 리스크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자체 개혁 방안으로 지난 2018년 도입한 수사심의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뒤집으며, 2개월 이상 결정을 미루며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끝내 불구속 기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번 기소로 이재용 부회장은 새로운 재판을 받아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삼성측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침통한 분위기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도 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 재판을 받게 된다면 기업 경영 공백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초 시작된 국정농단 사건 재판은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로 그 해 10월 파기환송심이 시작됐으나, 특검이 기피신청을 내면서 관련 재판은 언제 다시 열릴지 짐작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3년 넘게 진행돼온 국정농단에 이번 새 재판까지, 거듭된 사법리스크로 삼성의 피로감도 점점 누적되고 있다.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은 재계까지 염려를 표할 정도이다.
업계는 장기적인 오너 공백이 가져올 경영 리스크를 우려한다. 코로나19로 국내 경제가 악화된 시점에서 대표 기업인 삼성의 경영 공백 피해는 자칫 기업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치열한 국제 경쟁과 코로나19로 인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 위한 경영진들의 판단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검찰이 불구속 기소 권고를 무시해 사법리스크를 키웠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근 국가경제가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며 “사법리스크 가중으로 전반적인 기업 경영에 애로사항이 미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대외 이미지와 신뢰도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 측은 “검찰의 이번 기소 결정으로 한국의 대내외적인 신뢰도는 하락하고, 한국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것”이라며 “기업인 사기 위축으로 연결될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측은 “삼성은 법과 규정에 따른 합병 절차를 철저하게 준수해왔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도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이뤄져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한편, 검찰의 이번 기소 결정이 엘리엇과의 투자자-국가간 분쟁(ISD)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지난 2018년 7월 한국정부를 상대로 ISD에 중재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7억7000만달러(약 91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엘리엇이 주장하는 부분이 검찰이 주장하는 이 부회장의 불법 승계 관련이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맞다는 판결이 내려지면, 한국 정부는 조 단위에 육박하는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검찰이 이 부회장 기소를 강행하며 ISD소송도 엘리엇에 유리하게 진횡될 확률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