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잔액 96조1543억원…한달 만에 1.50%↑
“임대차 3법·가을 이사철에 전셋값 상승 여전”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전세대출)이 최근 한달 동안 1조 5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전셋값이 급등하는 부작용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시행된 임대차 3차법과 가을 이사철 등이 맞물리면서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은행들의 전세대출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전세대출 잔액은 96조1543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94조7296억원) 대비 1조4247억원(1.50%) 증가한 규모다.
하나은행의 8월 전세대출 잔액이 오는 10일 집계가 돼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고 가정한 것으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별로 보면 이 기간 우리은행의 전세대출이 가장 크게 늘었다. 지난 7월 말 15조5700억원이었던 우리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8월 말 16조501억원까지 불어나며 한달 만에 3.08%(4801억원) 뛰었다.
KB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19조3012억원에서 19조7006억원으로 2.06%(3994억원) 증가했고 NH농협은행도 19조1823억원에서 19조5083억원으로 1.69%(3260억원) 늘었다. 신한은행 역시 22조7201억원에서 22조9393억원으로 0.96%(2192억원) 상승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전세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전세시장이 요동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중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조치가 지난 7월 10일부터 적용됐지만 별 효과가 없는 모습이다. 정부는 규제 지역에서 시세가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면 기존 전세대출을 갚도록 하고 시세 9억원이 넘는 주택 보유자에게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도록 했다.
또한 지난달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을 앞두고 전세값이 급등한 점도 전세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실제 한국감정이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전월 대비 0.65% 올랐다. 7월(0.51%)보다 오름폭이 커진 데다 지난해 8월(0.15%) 상승폭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지난 3월(0.16%)과 4월(0.11%) 비해서도 크게 올랐다.
문제는 전세 품귀 속에 가을 이사철까지 맞이해 전셋값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KB부동산 리브온의 8월 서울 부동산 전셋값 전망지수는 140.2로 2016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전세수급지수도 185.4로 2015년 10월(193.1) 이후 가장 높았다. 100을 넘길수록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부동산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며 “특히 임대차 3법 시행 후 전세값 상승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셋값 상승에 따라 은행들의 전세대출 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