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재논의 명문화' 고수해온 의료계 입장 수용
코로나19 장기화 속 의료계 파업은 정부·여당 부담
대통령·여당 지지율↓…'편가르기' 논란도 불거져
여당에선 "의료계, 민주화운동 한 우리보다 독하다"
정부·여당과 의료계가 밤샘 협상 끝에 4일 공공의료 확충 정책 관련 협상을 타결 지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1일부터 이어진 의료계의 집단휴진(파업) 사태는 약 보름 만에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5개 조항을 담은 최종 합의문 서명식을 진행했다. 의료계는 줄곧 의대정원 확대 등의 '원점 재논의 명문화'를 주장해왔으며, 이는 합의문에도 포함됐다. 당초 정부는 원점 재논의 명문화에 난색을 표했지만, 민주당이 전격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합의문에는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며,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하여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한다"며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공공보건 의료기관의 경쟁력 확보와 의료의 질 개선을 위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또 의협 산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요구안을 바탕으로 전공의 특별법 등 관련 법안 제·개정 등을 통해 전공의 수련 환경 및 전임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원점 재검토 수용뿐 아니라 국회 내 특별위원회 구성에도 합의하는 등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보였다.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서 의료계 파업이 지속되는 것은 정부·여당에 큰 부담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8월31일~9월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서 부정평가(48.7%)가 긍정평가(47.8%)를 다시 앞질렀다. 민주당도 전주보다 2.8%p 하락해 37.6%가 됐다.
특히 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간호사들이 묵묵히 지키고 있다",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가"라고 했다가 '의사·간호사 편가르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정부·여당이 의료계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정책을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여당 입장에선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여당에서는 "(의료계가) 목숨 걸고 민주화운동을 했던 우리보다 더 독하게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합의문이 발표되기 전인 3일 밤 페이스북에서 "파업은 자기 생명을 걸기 때문에 어려운 결단을 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생명을 거는 파업, 아니 진료거부 행위이니 두려움도 없는 것"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이어 "그때는 정치권력이 두려웠지만 지금은 의료권력이 두렵다. 그렇지만 이것도 넘어서야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