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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사태] '스모킹 건' 나왔다…"부모가 병가 연장 민원"


입력 2020.09.10 04:00 수정 2020.09.10 05:22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국방부 문건 "병가 연장, 부모가 민원 넣은 것"

집권여당 대표 내외가 국방부 통해 직접 민원

군, 경위를 파악하느라 분주…면담 기록 남아

추미애 아들 미복귀 의혹, 8개월만에 '종착역'

추미애 법무부 장관.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내외가 아들 서모 씨의 휴가 연장 민원을 직접 제기했다는 취지의 국방부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추미애 장관의 아들 휴가 미복귀 의혹이 고발 8개월만에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며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관측이다.


9일 공개된 국방부 인사복지실 작성 문건에 따르면, 추미애 장관의 아들 휴가 미복귀 의혹이 발생했을 당시 미8군 한국군지원단 지역대 지원반장이던 이모 원사(당시 상사)는 연대통합행정업무시스템에 서 씨의 부모(추미애 장관 내외)가 휴가 연장 민원을 넣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기술했다.


해당 문건에 기재된 '군의관 소견'에는 서 씨가 상세불명의 무릎 내부 연골 또는 인대의 이상이라며 "의학적으로 군병원에서 충분히 진료가능한 상황이나, 환자 본인이 민간병원 외래 치료를 원해 10일간 병가를 요청한다"고 돼 있다.


군병원에서 충분히 진료가 가능한데도 추미애 장관의 아들 서 씨가 병가를 원했다는 뜻이다. 군의관은 "병가 일수는 부대 지휘관이 판단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따라 서 씨는 2017년 6월 5일부터 14일까지 10일간 병가를 썼다.


당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미애 장관 내외가 국방부에 휴가 연장 민원을 넣은 것은 이 휴가가 끝나는 14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직후 아들 서 씨는 15일부터 23일까지 2차 병가를 얻었다.


이 원사는 이튿날인 15일 서 씨와 통화해 "(서 씨는) 수술 후 입원을 잠시 한 뒤,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상황을 파악한 뒤 "병가가 종료됐지만 좀 더 연장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원반장에게 묻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있어 부모와 상의를 했는데 부모가 민원을 넣은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당시에도 국방부가 왜 집권여당 대표 내외로부터 민원이 접수됐는지 군으로 하여금 그 경위를 파악하도록 하는데 관심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해당 문건에 따르면, 군이 서 씨에게 '다음부터는 부모(추미애 장관 내외)로 하여금 민원을 넣도록 하지 말고 직접 말하라'고 설득하는데 주력한 점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지역대 지원반장, 민원 이튿날에 아들과 통화
"미안할 필요 없으니 다음부턴 직접 물어보라
국방부에 민원사항에 대한 답변 완료" 기술
여당대표 내외 민원에 부담…재발방지 '설득'


추미애 법무부 장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 원사는 "미안할 필요 없으니 다음부터는 지원반장에게 (서 씨가) 직접 물어봐주고 의문점을 해결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며 "국방부에 (추 장관 내외의) 민원사항에 대한 답변을 완료했다"고 기술했다.


집권여당 대표 내외로부터 국방부로 접수된 민원에 군이 큰 부담감을 갖고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복무 당사자인 서 씨를 설득·당부하는 한편, 국방부에도 '추 장관 내외의 민원이 해결됐다'고 회신하는 대목이다.


해당 문건에는 직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내용도 나온다. "병원 주치의가 출장을 간 관계로 필요 서류를 차주 중 발송하겠다고 했다"며 "병가 심의 전까지 개인휴가를 사용하고 병가 연장 승인 후 병가로 대체"라는 지점이다.


병가 심의에 필요한 진단서 등 서류가 접수되기조차 전에 휴가 연장 조치부터 이뤄지고, 이후 서류가 접수되면 이를 병가로 대체하기로 했다는 이례적인 '선조치 후처리' 내용이다.


추미애 장관의 아들 서 씨의 병가가 진행되던 중에 추미애 장관의 당대표 시절 보좌관이 부대 대위에게 전화를 걸어 휴가를 더 연장하는 방안을 '문의'한 점은 육성 녹취를 통해 공개됐다.


본래 23일로 '2차 병가'가 종료였는데 25일 당직병으로 들어간 현모 씨가 미복귀를 인지하고 서 씨와 통화를 했으며, 직후 대위가 나타나 "내가 휴가로 처리했으니, 미복귀가 아닌 휴가로 보고를 올리라"라고 지시했다는 점은 현 씨가 직접 폭로한 바 있다.


秋 "알권리보다 조금 있다가 알아도 될 권리"
본인 말대로 8개월 있다가 전국민에 알려졌다
'허위' 매도된 당직병은 국회 출석 폭로 예고
"국민을 '가붕개'로 만만히 여긴 점이 패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추미애 장관은 그간 국회에서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등 관련 의혹에 관한 질의를 받을 때마다 "소설을 쓰시네" "검언유착"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특권·반칙·특혜 의혹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잇따른 내부 관계자의 폭로와 '양심선언'에 이어 국방부 내부 문건까지 공개되면서, 올해 1월 이 사건이 검찰이 고발된지 8개월만에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관측이다.


친문(친문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수사 중인 사안을 매일같이 언론에서 경마 중계하듯 달려드는 것은 어떤 이유냐"라며 "수사기관에서 제대로 살펴보고 정확한 실체를 결론내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올해 1월 3일이 고발되고 같은달 30일 서울동부지검에 배당된 이래, 7개월여 동안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연히 실체적 진실도 밝혀지지 못했다. 수사기관이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실체를 결론내지 못해 언론에 '활동 공간'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윤 의원의 주장은 앞뒤가 뒤집혔다는 비판이다.


'조국 사태'로 홍역을 치른 집권 세력이 아직도 '공정'에 민감하고 '특권층의 반칙'을 용납하지 않는 국민의식에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서 씨와 함께 카투사로 복무했던 현 씨가 당직병으로 의혹 폭로에 나서자, 추미애 장관 아들의 변호인단은 이를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 씨는 위축되기는 커녕 "국회에서 나오라면 나가서 (진실을) 말하겠다"고 정면으로 맞서는 양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기소 당시 공소장을 비공개하겠다며 '조금 있다가 알아도 될 권리'라는 전대미문의 신조어를 창안한 추미애 장관의 자신의 말대로 아들 의혹이 '조금 있다가' 전국민에게 알려지며 코너에 몰렸다"라며 "국민을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낮춰보며 만만히 여긴 점이 패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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