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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경제 '좌클릭', 쌍수 들고 환영하는 민주당


입력 2020.09.19 09:00 수정 2020.09.19 05:24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공정경제 3법 찬성, 경제민주화 김종인의 소신

'기업의 경영권 보호' 주력한 국민의힘은 '혼란'

김병준·오세훈 공개 반대…장제원 찬성 입장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법안 처리 드라이브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기업의 경영권 보호와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온 국민의힘이 혼란에 빠졌다.


경제민주화와 기본소득을 주창해온 김 위원장이 경제정책 좌클릭의 연장선으로 공정경제 3법에 호응했지만, 반(反)시장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비판도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부동산 3법'(종합부동산세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처럼 강행 처리 한다는 부담이 적어진 더불어민주당은 즉각적으로 "격하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우리 당이 정강정책을 개정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최초로 (명시)했기 때문에 그 일환에서 보면 (여권 추진 법안들은) 모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 안팎의 반발을 의식한 듯 "시장 질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법이기 때문에 국회 심의 과정 속에서 다소 내용상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수정 여지를 두면서도 "여론에서 반시장적인 법안이 아니냐고 하는데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 시장 질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종인(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찬성은 김 위원장의 개인적 소신이자 지론으로 읽힌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 위원장은 독일에서 경제민주화를 공부한 재벌개혁론자"라며 "민주당에 있을 때는 그의 성향이 부각되지 않았는데 보수정당으로 오니까 반발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비례대표 의원으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았던 지난 2016년 기업 총수 견제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앞서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 위원 시절에 내건 경제민주화 공약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도 상법 개정이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채택한 만큼 무조건적 반대는 안 되겠지만, 시간을 갖고 학계와 재계, 시민단체의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원내사령탑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쟁점 하나하나마다 우리 기업·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공정경제 3법이라는 것은 쟁점이 워낙 여러가지가 있다. 지금 정무위원회나 당 정책위원회 중심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우리의 의견을 정리해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함부로 찬성하면 안 된다'는 제목의 글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다른 기업 규제를 그대로 놓아둔 채 추가 규제를 얹으면 국가 권력만 강해질 것이란 우려다.


그는 "종국에는 시장의 자율성과 자정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며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정당답게 시장과 국가 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법은 늘 생각보다 부작용이 많다'는 제목의 글에서 "사회적 대타협으로 기업의 기를 최대한 살려주고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상사법학회 연구위원회의 심도 있는 의견서를 들여다보니 기업들의 우려가 과장된 엄살이 아니다"라며 "정부여당은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기업의 경영권 방어가 취약해지는 경우 완벽하게 방어해줄 보완책을 갖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재계도 "보수야당까지 경제계에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최근 김 위원장을 만나 법 개정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2일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23일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잇따라 김 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1회 세계지식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1회 세계지식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소수이긴 하지만 공정경제 3법에 찬성하는 당내 인사도 있다. 장제원 의원은 "오히려 우리가 먼저 던졌어야 했던 법들"이라면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통해 공정위 전속 고발제 폐지, 다중대표소송 제도 단계적 시행, 총수 일가 부당거래 규정 강화 등 선명한 경제민주화 조치를 약속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이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을 계기로 법안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공정경제 3법 추진에 대한 화답을 환영한다"며 "여야가 협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이들 3법은 시장경제의 성숙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했고, 강병원 의원은 "격하게 환영한다"며 공정경제 3법의 통과를 위한 입법연대 구축을 제안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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