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주도로 대한항공-아시아나간 빅딜 검토
초대형 항공사 탄생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좌초 위기 내몰린 항공업 재편 되살릴지 관심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빅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10위권 초대형 항공사 탄생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대산업개발(HDC)-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이스타항공간 인수합병(M&A)이 잇달아 무산되면서 좌초위기에 빠졌던 국내 항공산업 재편이 다시 활로를 찾게 될지 주목된다.
13일 금융권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가 무산된 후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로 편입돼 있는 상태다.
산은이 한진그룹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한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하게 한다는 것이다.
산은이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자하면 한진칼이 이 자금을 바탕으로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매입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산은도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은행은 (항공산업 재편과 관련해)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히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초대형 빅딜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아시아나항공 M&A를 항공사가 아닌, 산은 등 채권단이 주도할 수 밖에 없어 대한항공으로서는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나쁠 것이 없는 시나리오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사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인수시 자금부담이 클 수 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대한항공 측은 이번 인수설에 대해 “확인이 안된다”며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항공업계에서는 국내 빅 2 항공사간 결합으로 매머드급 항공사가 탄생하면서 좌초될 위기에 빠졌던 국내 항공산업 재편이 다시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는 발표가 잇따르면서 산업 재편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었다. 하지만 올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업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인수가 줄줄이 무산되면서 산업 재편은 물건너가는 분위기였다.
이번에 두 대형항공사간 빅딜이 성사되면 전 세계 10위권 항공사 탄생으로 국내 항공사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도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양사의 보유기재는 대한항공이 173대, 아시아나항공이 86대로 빅딜이 성사되면 259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전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는 대형항공사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 구도에도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에어프랑스가 네덜란드 KLM을, 독일 루프트한자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항공을 각각 인수하는 등 대형 M&A가 활발히 이뤄져 왔다.
여기에 빅2가 결합이 단초가 돼 저비용항공사(LCC)들간 M&A도 촉발되면서 국내 항공산업이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경쟁이 더 중요한 항공업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번 인수는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항공업계에 다시 활발한 M&A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양사 모두 만만치 않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이 2000%에 이를 정도로 대한항공도 운영자금 충당을 위해 송현동 부지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가 내년 이후로도 지속되면서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무리한 M&A가 양사 모두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와함께 양사가 합쳐지면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이 50%를 넘어서면서 독과점 논란이 불거질 여지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