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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특혜 시비' 잠재우기 나선 산은…이동걸이 직접 뛴다


입력 2020.11.18 14:35 수정 2020.11.18 14:36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정치권 설득‧여론전 예고…국유화 논란 감수하며 '백기사' 불식 주력

여당 반발에 '개별 설득' 할 듯…'밑 빠진 독에 물' 부정인식 해소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답변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산업은행이 대한한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혈세로 재벌총수를 돕는다는 특혜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한 총력전 나섰다. 산은 입장에선 본격적인 인수 절차를 시작하기도 전에 여론과 정치권의 반발이라는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산은 회장은 항공사 빅딜에 총대를 메고 직접 정치권을 비롯해 여론 설득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이번 합병에 대해 오해가 없도록 소상히 설명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이 회장이 직접 개별적으로 설득하며 뛰어다니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당장 이 회장은 항공사 빅딜 추진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가능졌다는 이른바 '백기사' 논란을 해소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현재 조 회장과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중이다. 국책은행이 혈세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게 된 점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산은이 지원할 8000억원이라는 국민 혈세가 국가 전략 산업의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닌, 대한항공 총수 일가와 아시아나항공에 책임있는 대주주 및 채권단을 위해 사용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며 "졸속으로 이번 통합을 추진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쪽이 여당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이 느끼는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공개석상에서 '민주당 집권 20년' 건배사로 논란을 빚고, 수차례 고개숙여 사과까지 했지만, 정작 도움이 절실한 순간에는 여당의 지원사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유화 논란' 감수하며 특혜시비 벗겠다는 강력 의지


이에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에 사외이사 지명권,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사전협의 등 '7대 의무사항'을 부과했다고 밝히며 한진 일가의 갑질이 발생하면 윤리경영위를 통해 경영진 교체 등의 강수를 둘 수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를 두고 '국유화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특혜시비를 벗겠다는 산업은행의 강력한 의지라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은 "통합에 실패할 경우 조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것", "오너 경영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겠다"고도 했다. 시장에선 산업은행이 경영 개입을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혈세를 통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부정적 인식 해소에도 나설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큰 논란을 우려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에 따른 독과점 문제에 대한 여론 악화는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독점 항공사가 나오면 항공료가 오르고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하지만, 전 세계 항공산업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독과점에 따른 폐해보단 오히려 소비자의 편의가 늘어날 것이란 국토교통부의 해명이 어느정도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다만 산은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유관부처가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든든한 우군이 될 줄 알았던 여당이 반기를 들어 올린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입장에선 그간 적대적으로 규정해온 재벌총수와 뒤얽힌 예민한 이슈인데다 여론까지 부정적인 기류로 흐르다보니 마냥 찬성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을 여당이 공개적으로 반대할정도로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정책 방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의 기존 대관‧대언론 담당팀만으로는 반발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 회장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내에선 "이동걸 회장이 '20년 집권' 건배사까지 했는데, 여당까지 반대하는 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합병이 이동걸 회장이 청사진을 그리고 밀어붙였다고 하는데, 현재 가장 큰 걸림돌인 부정적 여론을 다잡는데 사활을 걸지 않겠나"라며 "그간의 경험과 함께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할 때"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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