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패’ 서울 재보선 최대쟁점 부상
민주당, 집권당 프리미엄 내세워 대응 모색
가덕도신공항 버금갈 대형 이슈 없어 고민
"호텔·상가 주거용 공급" 꺼냈다 되려 역풍
내년 서울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실패’에 따른 민심이 좋지 않은 가운데,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이용한 지역별 숙원사업 해결만 공약으로 내세워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가덕도신공항을 밀고 있는 부산 보다 서울이 더 위험하다는 우려도 당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나온다.
실제 리얼미터가 TBS의뢰로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 지역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초박빙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은 민주당이 29.1% 국민의힘 27.5%, 부산은 국민의힘 32%, 민주당 29.8%였다. 민주당이 서울과 부산에서 얻은 지역구 의석을 감안하면 부산에서는 선전을, 서울에서는 고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동산 정책 실패가 서울지역 민심악화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의 11월 셋째주 전국 주간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5% 상승, 통계 작성 이후 최고로 뛰었다. 전세대란이 집값 폭등을 부채질하고 다시 전세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호텔과 상가를 개조해 주거용 전세로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되려 역풍만 강하게 일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여론을 바탕으로 내년 서울시장 재보선에 '부동산 실패'를 적극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부동산 시장은 초토화됐고 일부 지역 아파트는 작년 대비 2배 넘게 폭등했다"며 "차라리 부동산 정책을 포기하라"고 압박했다. 전날 서울시장 공식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전 의원은 "내년 서울 보선의 핵심 이슈는 집값과 전세값이 될 것"이라며 "집 걱정부터 덜어드리는 경제시장이 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은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내세워 대응하고 있다. 정부, 지역구 국회의원에 더해 서울시장까지 민주당 인사가 맡아야 지역별 사업들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민주당 선거기획단 핵심 관계자는 "각 구별로 숙원사업들이 있는데 집권여당이어야 추진이 가능한 것들이 있다"며 "지역구 국회의원을 통해 지역현안들을 취합하고 서울시장 공약에 반영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적지 않다.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시키는 동시에 부동산 문제와 같은 악재는 덮을 수 있는 공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쟁점이었던 무상급식 공약이 모범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특히 부산 가덕도신공항 이슈가 커질수록 서울지역에서 이 같은 요구가 더욱 분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선거기획단 관계자는 "메가톤급 공약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하지만 재보선이기 때문에 전국단위의 공약을 만들어내기도 어렵고, 후보들과의 조율도 필요한 문제"라며 "후보들의 면면이 드러나면 자연스럽게 논의가 되지 않겠느냐. 공식적인 논의는 없었고, 현재는 (선거기획단) 위원들 개별적으로 고민하는 단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