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대선주자에서 경쟁자에게 추격 허용
20% 안팎 지지율 '박스권'에 갇혀 횡보
"우유부단" "결단부족" 등 당원들 비판여론도
공수처 출범 등으로 분위기 반등 모색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좀처럼 20% 안팎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21대 총선 직후만 해도 독보적인 선두를 유지했으나 몇 차례의 조정기를 거친 뒤 경쟁자들의 추격을 허용했다. 민주당 내 지지층은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정체된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괄목할만한 성과가 필요하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실제 엠브레인·케이스탯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업체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성인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이 대표는 19%의 지지율을 얻었다. 당내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였다. 대다수의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표는 20% 안팎에 머물며 이 지사와 오차범위 내 각축을 벌이는 형국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원래 대선 주자라고 하면 팍 치고 나오는 맛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낙연 씨는 벌써 한계가 드러났다고 본다. 지지율이 박스권에서 올라가지 못하고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혹평한 바 있다.
민주당 당원그룹 일각에서도 이 대표의 추진력에 의심스런 시선을 던지고 있다. "180석의 거대여당이 됐는데도 결단력 있게 일을 추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당내 이 지사 지지층의 이 대표 흠집내기일 공산이 크지만, 이 대표가 내세울만한 굵직굵직한 성과가 아직 없는 것도 사실이라는 평가다.
22일에는 친문 국회의원 50여 명이 참여한 싱크탱크 민주주의4.0이 출범해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책연구와 아젠다 개발 차원"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친문진영 내 새로운 대선주자를 옹위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들이 새 대선후보를 내세울 경우 현재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양강구도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당내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한 듯, 이 대표는 성과에 박차를 가하려는 모습이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0일 당 확대 간부회의에서 "올해 정기국회는 이 시대의 국가적 과제를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국민은 압도적 다수의석과 함께 책임도 맡겼다. 저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모두는 그 책임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일하는 국회법 △이해충돌방지법 △공정경제 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필수노동자보호지원법 △5·18 특별법 및 4·3특별법 등을 입법과제로 제시하고 가능한 것부터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대표 측이 특히 중요하게 보고 있는 현안은 공수처법 개정과 공수처 출범이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과제로 이 대표가 완수할 경우, '후계자'를 자처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 공수처 출범 지연은 당원들의 이 대표 비토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기도 하다. 원내지도부 보다 이 대표가 더욱 강경하게 공수처를 몰아붙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 지지율은 몇 차례 조정을 거쳐 지금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며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와 출범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계기로 당원들과 국민이 이 대표의 진정성을 알게 되면 폭발적으로 오르진 않겠지만 지지율 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