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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사망보험 금리 부담 5% 육박…역마진 자충수 왜


입력 2020.11.26 06:00 수정 2020.11.25 10:0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준비금 조성 이자율 4.76% 달해…제로금리 현실화에도 제자리걸음

영업 악영향 우려에 보험금 손 못 대는 생보업계…출혈경쟁만 심화

국내 빅3 생명보험사 사망보험 준비금 관련 부담 금리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대형 생보사들이 사망보험 고객들의 보험금을 마련하기 위해 짊어지고 있는 이자 부담이 여전히 5%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계기로 제로금리가 현실이 되면서 고객들로부터 받은 돈을 굴릴 만한 투자처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이에 맞춰 보험금 지급을 축소하겠다고 나섰다간 당장 영업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판단에 역마진 압박만 고조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훗날 가입자에게 더 많은 돈을 돌려주겠다는 사망보험 상품이 잇따르면서, 생보업계 스스로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들이 생명보험금 지급을 위해 준비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감당하고 있는 금리는 평균 4.76%로 집계됐다. 1년 전 기록인 4.85%와 비교하면 소폭(0.09%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회사별로 보면 우선 한화생명의 생명보험 준비금 관련 이자율이 같은 기간 5.03%에서 4.95%로 0.08%포인트 떨어지긴 했지만, 조사 대상 생보사들 중에선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또 교보생명은 4.88%에서 4.78%로, 삼성생명은 4.64%에서 4.54%로 각각 0.10%포인트씩 해당 금리가 하락했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사망보험 준비금을 쌓는데 필요한 금리는 일제히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이 기간 기준금리가 1%포인트 넘게 빠진 현실과 비교하면 그 속도에 있어 다소 차이가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시장 금리가 크게 추락한 것만큼 생보사들이 이자 부담을 덜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떨어뜨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경제의 침체가 심화하자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선 모양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였던 기준금리를 1.50%로 내려 잡았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이어 한은은 같은 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내리면서 조정을 가속화했다.


이 정도가 바닥일 줄 알았던 한은 기준금리는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다시 한 번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문제는 저금리 기조가 심화할수록 생보업계가 자산운용에서 거둘 수 있는 투자 수익률의 기대치도 함께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는 점이다.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불려 미래에 이를 다시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생보사 입장에서 이런 흐름은 구조적 악재다. 실제로 생보사들은 사망보험에서 이미 1%포인트가 넘는 역마진을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3대 생보사들이 올해 3분기 말까지 운용 가능한 자산을 투자해 올린 수익률은 평균 3.53%로, 사망보험금 준비금 조성 금리보다 1.23%포인트나 낮았다. 생보사별로 봐도 운용자산수익률은 ▲삼성생명 3.24% ▲한화생명 3.41% ▲교보생명 3.95% 등으로 모두 4% 아래에 머물렀다.


이렇게 낮은 금리로 인해 투자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생보업계가 사망보험 역마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고객들에게 약속하는 보험금을 줄이는 것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를 통해 준비금 마련에 들어가는 금리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생보사들이 선뜻 이런 작업에 착수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업에 대한 악영향 염려 때문이다. 보험금이 얼마나 되느냐가 핵심인 사망보험에서 이를 축소한가는 것은 스스로 상품 경쟁력을 낮추겠다는 의미일 수 있어서다. 더구나 사망보험은 생보업계의 여러 보험들 중에서도 보험료가 높은 상품이다. 가뜩이나 역성장에 직면하고 있는 생보사들로서는 포기하기가 아까운 카드다. 보험연구원은 퇴직연금을 제외한 생보사들의 보험료 수입이 그래도 올해까지는 2.5%의 플러스 성장률을 유지하겠지만, 내년에는 0.4% 감소로 돌아서면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생보업계가 역마진 부담에도 불구하고 사망보험 판매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영업 실적은 더 나빠져만 가고 있다. 기대수명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사망 보장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국내 생보사들의 올해 상반기 사망보험 신계약 건수는 477만9101건으로 전년 동기(514만9601건) 대비 7.2%(37만500건)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다른 부작용이 커지는 모양새다. 신규 판매가 계속 위축되자 생보사들이 높은 환급금을 앞세워 사망보험을 저축성 상품처럼 파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어서다. 약정된 사망보험금은 물론, 계약 만기 시까지 낸 보험료에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주겠다는 식이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이에 따른 준비금 비용은 고스란히 생보사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서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를 봤을 때 우리나라의 저금리 현상도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이슈를 넘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안 그래도 이자 역마진이 누증되고 있는 와중 생보사들이 재무 상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큰 생명보험 상품을 내놓는 것은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손해만 안기는 출혈 경쟁일 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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