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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우의 싫존주의] 대출 이자 깎지 말라는 이상한 정부


입력 2020.11.26 07:00 수정 2020.11.25 21:0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은행 우대금리 제한에 대출 이자율 반등

근시안적 부동산 정책으로 서민만 '등골'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 모습.ⓒ뉴시스

"대출 이자를 너무 많이 깎아주지 마라."


언뜻 보면 은행 내부에서 나올법한 말 같지만 실상은 정부가 내놓은 메시지다. 은행들은 통상 대출 고객의 신용도가 높고 기존 거래 실적이 많으면 우대금리라는 명목으로 대출 이자율을 할인해준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이런 우대금리를 너무 과하게 적용하지 말라고 주문한 것이다. 사실상 이전보다 대출 이자율을 올리라는 얘기다.


사연은 이렇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산다는 이른바 영끌족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넘어 각종 신용대출에까지 손을 대는 일이 비일비재해지자, 이를 제어해 보겠다고 내놓은 방책이다. 대출 이자가 비싸지면 아무래도 대출을 받기가 꺼려지고, 그렇게 되면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유동성을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약발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올해 8월 14조원, 9월 11조원, 10월 13조원 등 가계대출 급증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특히 신용대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매달 두 자릿수 대의 증가율을 찍고 있을 정도다.


은행들로서는 나쁠 게 없는 흐름이다. 대출이 늘어나는 만큼 이자 수익을 키울 수 있어서다, 더구나 이런 와중 금융당국이 이자 할인도 함부로 해주지 말라는 엄포를 놨으니, 고객들을 상대로 대출 금리를 더 이상 깎아주기 힘들다고 말할 명분도 생긴 셈이다.


결국 손해를 보게 된 건 금융 소비자들이다. 금융당국의 우대금리 제한 조치에 올해 들어 줄곧 하향 곡선을 그리던 은행 대출 이자율은 지난 달 들어 반등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0%대까지 내린 뒤 이를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기대했던 소비자들의 금융비용 절감 효과는 벌써 끝나가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 금융당국이 연일 은행 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이 때문에 내 집 마련을 위해 더 많은 대출이 필요해지는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원인은 은행들이 대출을 많이 해줘서가 아니다. 실상은 반대다. 소득만으로는 치솟는 집값을 따라 잡기 불가능해지자 은행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노후의 경제생활에 대한 걱정은 커지는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는 점점 힘들어지자, 거의 유일한 대안처럼 보이는 부동산에 돈이 더 쏠리고 있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규제를 이어가며 부작용만 키우고 있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늘려 대출을 더 못 받게 하겠다는 발상은 시장을 강제로 억누르는 미봉책일 뿐, 부동산 안정화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는 와중, 국민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드는 근시안적인 정책은 이제 그만 멈춰져야 할 때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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