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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끝내 해임되고 구속당할 처지로 몰리나


입력 2020.11.30 09:00 수정 2020.11.30 08:18        데스크 (desk@dailian.co.kr)

대통령의 총신을 끌어내린 죄

윤 총장 못 밟아 안달하는 사람들

아이에게 불 쥐어주면 안 되는데

ⓒ데일리안 DB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같이 가지 못할 사람’ 명부에 올린 시점을 작년 9월 27일로 특정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날 검찰은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및 가족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문 대통령의 충격이 어떠했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카드를, 문 대통령은 회심의 역작이라고 자평했음직하다. 조 당시 후보자는 문 대통령 만들기의 공로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취임 후 지근거리에서 공수처 창설과 검찰개혁 그림을 그려낸 그의 ‘혁명동지’이기도 했다. (어쩌면) 좌파 정권 계승자로 점찍어뒀을 수도 있다. 그를 통해 임기 후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고 싶다는 개인적 희망도 섞여 있었을지 모른다.


대통령의 총신을 끌어내린 죄


그 큰 그림을 윤 총장이 앞장서 방해하고 나선 격이 됐다. 분기탱천했을 법하다. 조 전 장관은 대통령의 특별한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고자 안간힘을 썼다. 야당이 인사청문을 보이콧할 움직임을 보이자 (청문형) 기자간담회라는 희한한 미디어 쇼를 펼쳤다. 이 간담회는 9월 2일 오후 3시 30분부터 이튿날 새벽 2시 16분까지 11시간 동안 진행됐다. 그는 진실을 말하기보다는 자기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주장하는데 열정을 쏟았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우여곡절 끝에 그로부터 나흘 후인 6일 개최됐다. 그를 기어이 법무장관 자리에 앉히겠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은 요지부동인 것으로 보였다. 검찰은 같은 날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했다.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날이었다. 무혐의 처리할 게 아니었다면 기소는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9일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이나 윤 총장이나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을 만든 셈이었다. 문 대통령이 조국을 포기했더라면 갈등 구조는 의외로 쉽게 풀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압박하는 쪽을 선택했다. ‘조국 장관’이 들어서면 윤 총장이 알아서 스스로 물러나거나 조 전 장관 측 혐의를 모양 갖춰 풀어줄 것으로 기대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문제는 윤 총장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정무적 감각’이 너무 빈곤한(?) 이 사나이는 임명권자가 아닌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민에게 충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 탓에 정권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떨어졌다.


문 대통령은 임기 5년 가운데 1년 3개월을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힘겨루기로 소진했다.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법무부 장관에 기용해서 칼을 쥐어줬지만 그렇다고 추-윤의 대결이 될 것은 아니다. 추 장관은 단순한 칼잡이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윤 총장 처리에 관한 한 대폭적인 재량권을 부여했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 그래봐야 아바타일 뿐이다. 기본 구도는 문-윤의 대결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 정권의 희화성(戲畫性)을 상징적으로 재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윤 총장 못 밟아 안달하는 사람들


물론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내보내려 하는 데는 더 큰 까닭이 있을 수 있다. 그가 전 정권의 핵심부를 숙청하는데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줬고, 또 결과적으로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인정해서 같은 배를 타고 가기로 결심했을 터이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는 자신의 신조에 따를 뿐 애초에 문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의 편이 될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 그걸 ‘조국 파동’을 통해 확인한 정권 실세들은 심각해졌다. 검찰의 칼끝이 정권 핵심부를 겨눌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이상 윤 총장은 하루라도 빨리 몰아내야 할 정권 공적 1호일 수밖에 없었다.


추 장관이 온갖 잔꾀로 자진사퇴를 유도하다가 안 되니까 이제 윤 총장 범죄인 만들기로 작심한듯하다.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조치에서 정권의 본때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도 “윤 총장의 혐의는 충격적”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이참에 윤 총장은 물론 다른 누구라도 감히 정권에 거역할 수 없도록 단단히 쐐기를 박아놓겠다는 뜻이겠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에 하루 앞선 12월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 임시회의가 열리기로 결정되긴 했다. 그러나 그 회의가 징계 방침에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윤 총장은 징계위원회를 거쳐 해임될 것이고, 추 장관의 충실한 검찰 간부들에 의해 그는 피고인의 처지로 전락할 게 확실해 보인다.


“조국과 그 일가에 가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마!”


정권 핵심부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


검찰 차원에서는 윤 총장을 혹독하게 다루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머지않아 공수처가 출범한다. 최강욱 의원(열린민주당 대표)이 예언했던 것처럼 윤 총장은 공수처의 제1호 수사대상이 되기로 이미 예정돼 있다. 권력 핵심부와 주변엔 윤 총장을 짓밟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이 차고 넘친다. 일단 자리에서 밀어낸 후엔 거침없이 덤벼들어 발길질을 해댈 것이 틀림없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경거망동을 일삼는다. 대역죄인으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아이에게 불 쥐어주면 안 되는데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 혐의로 기소된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것이 정권 내 ‘반 윤석열 그룹’의 일치된 감정 아닐까. 이 한두 마디 말에서도 정권핵심부 및 주변세력의 인식과 의식이 그대로 묻어난다. ‘하룻강아지’는 뭐고 ‘대역죄’는 뭔가. 왕조시대 권력자 행세에 재미 낸 사람이 아니라면 구사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니다. 문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대역죄인이 되는가. 정말 무서운 시절을, 우리는 살고 있는 모양이다.


늑대가 냇가에서 물을 마시는 어린 양을 봤다. 잡아먹기로 작정하고 핑계를 만들었다.


“왜 물을 흐려 놓는 거야. 내가 마실 수 없잖아!”


어린 양이 말했다.


“여기는 아래쪽이에요. 윗물을 흐릴 수가 없지요.”


늑대는 다른 말로 생트집을 잡았다.


“그렇지만 너는 작년에 우리 아버지를 욕했어!”


어린 양은 “그때 저는 태어나지도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늑대는 마침내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질렀다.


“네가 아무리 변명을 잘해도 나는 너를 먹어야겠어!”


이 ‘이솝우화’처럼 정권측은 어떤 구실을 찾든, 설령 그 구실들이 모두 논박된다고 해도 결국 윤 총장을 몰아내고 구속시킬 것이다.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측이 저항자를 ‘하룻강아지’ ‘대역죄인’으로 만들어 내치기로 결심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차지한 것도 징계사유가 된다고 우기는 사람들 아닌가. 권력행사의 자제를 기대하기는 이미 늦은 듯하다.


그러나 그 권력이 언제까지나 한 곳에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핍박에 검찰 간부 대다수에다 일선 검사들까지 반발하고 있다. 여론도 윤 총장 편이다. 당장은 힘으로 억누를 수 있겠지만 불만이 쌓이면 언젠가는 폭발한다. 대통령과 정권을 위한답시고 불장난을 하다가는 온 동네를 다 태워먹을 수도 있다는 걸 왜 생각하지 않는지 필부가 보기에도 한심하다. 어린아이에게는 불을 쥐어주지 않는 법인데….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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