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부끄러워진 이대호…FA 계약도 악영향?

선수협회장 재임 시절 판공비 2배 인상 논란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 하필이면 FA 재계약

선수협회장을 맡았던 이대호. ⓒ 연합뉴스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하는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의 이대호 전 회장이 협회 판공비를 2배 인상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1일 SBS 보도에 따르면, 롯데 자이언츠 소속의 이대호는 지난해 3월 선수협회장에 취임한 뒤 회장에게 주어지는 1년간 판공비를 기존 3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2배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문제가 된 판공비는 법인카드를 사용해 출처를 분명히 하기 보다는 이대호 개인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대호 측은 판공비 사용처에 대해 “공익을 위해 썼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공비란 공무를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으로 예산서상 업무추진비라고 표시한다. 업무추진비는 신용카드 사용이 원칙이지만 불가피한 경우 현금 지출도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 의도에 따라 비자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선수협이 이익단체가 아닌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저연봉자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공익적 성격이 강한 곳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선수협회장에 오르는 인물은 개인의 영광보다 선수협의 권리를 증진시키는 봉사 정신이 요구되어 왔다.

이대호는 지난해 3월, 전 구단 선수들 투표에 의해 선수협회장에 당선됐다. 약 2년간 공석이던 자리의 주인을 찾게 된 순간이었다. 당시 이대호는 “부담스러운 자리에 앉게 되지만 저연차, 저연봉 선수들, 그리고 팬들을 바라보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힌 바 있다.

FA 협상에 돌입해야 하는 이대호. ⓒ 뉴시스

10개 구단 모든 프로 선수들은 저마다 자신의 연봉 1%를 각출해 선수협회비를 조성한다. 최저 연봉 3000만 원인 선수가 매년 30만 원을 내고, 25억 원을 받는 최고 연봉 선수도 2500만 원을 내는 식이다. 공교롭게도 KBO리그 최고 연봉자는 다름 아닌 이대호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4년 150억 원의 초대형 FA 계약이 만료됐다. 최근 KBO가 공시한 FA 선수들에 포함됐으며 원 소속팀 롯데를 비롯해 나머지 9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선수협회장 판공비 논란과 FA 협상은 전혀 다른 별개 사안이다. 하지만 야구팬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이대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팬들의 지지가 절대적인 프로 스포츠에서 개인의 명예가 실추되고 이미지에 금이 간 선수가 제대로 된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