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확실성' 이유로 압박…"공산당식 관치 아니냐"
한시적으로 배당성향 낮췄다 다시 늘리는 방안 등 고민
금융당국이 연말 배당시즌을 앞두고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에 배당 축소 압박을 하고 있어 시장의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지주사들과 결산 배당 축소 방안을 두고 협의에 착수했다. 이달까지 각 은행별로 논의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에는 '배당 축소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은행권이 배당을 줄여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코로나19 위기대응 총괄회의에서 은행권에 주주 배당과 임직원 성과급 지급을 자제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염두에 둔 '방향 지시등'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동학개미로 불리며 세를 불린 개인투자자들이 "공산당식 관치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정책을 좌우하는 동학개미의 반발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당면과제가 된 상황이다.
현재 주식 관련 카페와 관련 게시판에는 "금융사가 역대급 실적을 올렸는데 주주들에게 배당 말라는 건 역행이다", "금감원이 금융주 떨어뜨리려는 작전세력인가" 등의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 건전성을 진심으로 우려한다면 정책금융에 동원하는 일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는 뼈아픈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금감원은 한시적으로 은행 배당성향을 낮췄다가 코로나19 여파가 사그라지면 다시 배당을 늘리는 방향을 검토하는 등 시장의 반발 줄이기 위한 묘안 찾기에 나섰다. 금감원은 코로나19 시나리오별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등을 평가하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통해 배당 축소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株 떨어뜨리는 작전세력인가" 반발에 대안 마련 고민
금융당국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배당 제한이 코로나19 이후 세계적 흐름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연말까지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고 배당금을 종전 수준 이하로 동결하라고 주문했고, 영국 건전성감독청은 은행들에 대해 배당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다만 은행주가 전통적인 고배당주인데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배당 기대감을 달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금융권에선 배당 축소가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미 하나금융은 지난 7월 이사회에서 "주주환원정책"을 내세워 한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은행권은 코로나19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전반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최근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금감원이 제재 칼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요구대로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아 놓는 등 손실흡수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주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금감원은 배당 축소를 원하는데, 금융위원회는 상대적으로 자율적으로 하라는 입장이라서 분위기를 보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