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당내 반발 표면화되자 달래기 나서…수위·날짜 조정
"두 전직 대통령 과오 중점 대신 혁신 부족한 당 모습에 사과"
사과 이뤄지되, 내용은 이견 최소화하는 부분으로 수정될 듯
김종인 사과 지지 표명 및 "확전 자제하자" 촉구 목소리도 제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수감 및 탄핵 문제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정기국회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비롯해 쟁점 법안들을 강행처리하면서 충돌이 벌어지자 일정을 일단 미루기로 한 것이다. 이와함께 국민의힘 내에서도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이어지는 사태속에 확전을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국민사과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당내 갈등이 표면화된 현 상황을 의식한 듯 김종인 위원장은 8일 소속 인사들을 향한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어떻게 하면 국민의 마음을 우리 편으로 돌려서 나라를 정상화할 기회를 다시 한번 잡을 것인지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여러분이 다소 불편한 점이 있어도 당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양해를 구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에 더해 김 위원장은 대국민사과의 수위와 일시에 있어서도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이날 오후 김상훈·박대출·윤영석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3선 의원 13인이 자신을 찾아 대국민사과의 의미에 대해 묻자, 사과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중점을 맞추기 보다는 탄핵 사태 이후 두드러진 혁신의 모습을 국민에 보이지 못했던 당의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내용이 될 것이라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 위원장을 찾았던 한 3선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잘못을 자신이 대신해 사과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당의 전반적인 과오에 대해 사과하겠다는 뜻이라고 이야기했다"며 "김 위원장을 찾았던 3선 의원들도 이 같은 답변에 추가로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당초 9일로 잡혔던 사과 날짜 또한 이날 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본회의 단독 처리가 예상되는 등 정국 현안이 산적한 탓에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대국민사과는 이뤄지되, 그 내용에 있어서는 당내 이견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일정 부분 수정이 가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적절한 수위를 구상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각의 불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또다른 갈등의 씨앗을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진 "모두의 생각 다르겠지만 과거에 대한 반성이 보수의 참모습
과거 정리하고 미래와 혁신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구성원 함께"
국민의힘 사무처도 지지 성명 "사과의 다른 말은 용서…화합해야"
김 위원장의 행보에 공개적인 지지 의사와 함께 확전의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타협점을 찾아 나선 김 위원장의 행보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4선의 박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잘못에 대한 반성은 보수의 참모습"이라며 "우리 모두 가슴이 아프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과거에 대한 반성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길이다. 이를 놓고 또 다시 우리끼리 공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들께 실망만 줄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모든 전직 대통령들이 그러하듯 두 분 모두 공과가 있고 이는 역사가 판단할 문제이지만 그 경위와 정치적 논란을 떠나 우리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사법판단을 거쳐 영어의 몸이 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모두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잘못에 대한 반성은 보수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와 혁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사무처노동조합도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국민의힘이 사과드릴 대상은 국민으로, 국민의 일꾼이자 대표로서 사소한 잘못에도 국민들께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은 지극히 당연하며 계파와 개인의 신념 문제가 아니다"며 "저희 사무처노동조합도 권력을 감시하지 못한 죄, 정권을 빼앗긴 죄, 국민들께 실망을 드린 죄를 깊이 통감한다"고 했다.
이들은 "사과의 다른 말은 용서다. 우리는 긴 시간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며 비난해 왔지만, 사과할 용기가 있어야 남을 용서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당의 화합과 국민통합은 모두가 바라는 바지만 선결과제는 바로 사과와 용서였기에 누구도 해내지 못했다. 당이 가장 위태로운 지금, 당원 모두의 간절함으로 이제껏 해내지 못한 사과와 용서의 정치를 구현해 나가길 간절희 희망한다"고 강변했다.
유승민 "탄핵의 강 건너 역사에 맡기고 우리는 하나가 돼야"
진중권 "사과하지 않고 어떻게 변화했다 얘기할 수 있겠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 명예교수 등은 보다 강경하게 사과의 필요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탄핵의 강을 건너 정권교체로 나아가자"며 "탄핵을 둘러싸고 보수는 지난 4년간 극심한 분열을 겪어왔고, 그 분열의 결과는 선거에서의 참담한 연패였지만 아직도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탄핵 때문에 보수가 분열하면 과연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4년 전 탄핵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모두 괴로운 선택을 했었다. 4년이 지나고서도 서로의 양심과 소신을 비난하면 싸움과 분열은 끝이 없을 것이니, 이제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화해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며 "또다시 탄핵을 두고 분열을 조장한다면, 이는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을 돕게 될 뿐이다. 진정 정권교체를 원한다면, 문재인 정권의 불법을 단죄하고 싶다면 이제 탄핵은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교수 또한 이날 채널A '뉴스 TOP10'에 출연해 "사과를 하지 않으면 끝이다. 탄핵의 강을 넘지 못했던 게 총선 참패의 원인이었고, 선거에서 4연패를 했다면 전술의 실패가 아니라 전략적 상황이 변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의 위선과 폭주에 국민이 치를 떨지만 그보다 분노하는 것은 보수의 과거 모습이다. 사과를 하지 못하고 어떻게 변화했다 얘기하겠나, 주호영 원내대표가 전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이것은 원칙의 문제이며 이 문제를 넘지 못하면 희망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