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 중심의 전통적 안보관
생명·안전 등으로 확대하는 '인간안보' 구상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전통적 안보 개념을 확대한 '인간안보' 구상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군사력' 중심의 기존 안보의 개념을 보건의료 분야 등으로 확대해 한반도를 '생명·안전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17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2020 글로벌인텔리전스서밋' 영상축사에서 "코로나19는 한반도 평화를 넘어 국제 평화에도 큰 걸림돌"이라며 "전염병과 테러리즘 등 신(新)안보위협에 세계가 공동대응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한국에서 인간안보 개념이 등장했다며 "국가들이 상호 연관돼있기 때문에 국가 안보보다는 국제 안보, 지역 안보로 확장해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간안보 개념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온 '남북 생명 공동체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안보이자 평화"라며 "보건의료·산림 협력, 농업기술과 품종개발에 대한 공동연구로 코로나 시대 새로운 안보 상황에 더욱 긴밀히 협력하며, 평화·경제공동체와 함께 생명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통상 군사적 수준에서 논의되는 안보 개념을 '생명·안전 보장'으로 확대하겠다는 인간안보 구상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정부 내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인간안보의 '첫 단추'로 삼겠다는 방침을 사실상 확정한 상황이다. 이는 방역을 명분으로 국경을 걸어 잠근 북한을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해외전문가, 안보개념 변화 총론 공감
각론서는 이견…"보건의료는 민간분야"
해외 전문가들은 안보 개념 확대라는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선 이견을 보였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를 포함하는 문재인 정부의 인간안보 구상에 대해선 회의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레고리 트레버튼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의장은 "보건의료 분야는 민간 분야"이라며 "안보 개념을 보건의료 분야로 확장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 안보 전략에 민간 주도 보건의료 산업을 접목하는 일이 간단치 않은 과제라는 얘기다.
트레버튼 전 의장은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국토안보부라는 새로운 부처 만들었다"면서도 "보건안보부를 만드는 건 좋지 않을 것이다. 민간과 협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무부 대북 협상 특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안보 개념에 변화가 있었다"면서도 "아직은 군사 안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