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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의 인상팍!] ‘최철원 당선’, 또 한 번의 맷값을 바라는 것일까


입력 2020.12.19 07:00 수정 2020.12.19 07:42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아이스하키협회장 당선인 최철원 대표, 자질 논란

비인기종목 아이스하키 어려운 현실 앞에 굴복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선거에 당선된 최철원 대표. ⓒ 뉴시스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의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선거 당선에 따른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최철원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24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선거에서 당선됐다.


최 대표는 선거 출마부터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난 2010년 고용 승계를 해주지 않는다며 SK본사 앞에서 시위한 화물차량 기사를 회사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뒤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건넨 이른바 ‘맷값 폭행’의 가해자다. 영화 '베테랑'의 모티브를 제공한 사건이었다. 그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그의 선거 출마 소식이 전해지자 체육시민연대 등 체육계가 즉각 반발에 나섰지만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결격사유로 보지 않고 후보 등록을 허용했다.


많은 논란 속에 마무리 된 투표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최철원 대표는 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 82명 가운데 62명의 지지를 받아, 20표를 획득한 전영덕 후보를 크게 제치고 협회장에 당선됐다. 사실상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다.


투표로 심판했어야 했지만 선거인단은 오히려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줬다. 최 대표의 후보 등록을 허용한 협회만을 온전히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선거인단이 최철원 대표를 지지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최 대표는 선거 전 아이스하키 전용시설 확충, 실업팀 창단 등 굵직한 공약을 앞세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어느 정도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달성하기 쉽지 않은 공약들이다.


체육시민연대 성명서. ⓒ 체육시민연대

익히 알려진 대로 최철원 대표는 SK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최 회장의 연줄이 닿는 SK일가다. 물심양면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지원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관계다.


비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계에서 최 대표처럼 어느 정도 재력을 갖춘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의 당선은 비록 폐해는 있더라도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이제 공은 대한체육회로 넘어갔다. 종목 단체장에 대한 인준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한체육회가 이를 승인해야 최 대표의 임기가 내년 1월말부터 본격 시작된다.


대한체육회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필요한 ‘베테랑’이 그대로 최 대표라 판단한다면 또 다시 체육계는 ‘어이가 없네’라는 말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과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의 도덕적 자질보다, 눈앞에 닥친 현실이 더 중한 아이스하키인들은 또 한 번의 맷값을 바라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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