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임대주택 발언 이어 백신 확보 논란까지 '예민 대응'
"과장·왜곡하면서 국민 불신 증폭" 언론 보도 적극 반박
탁현민도 "곡해 기사 볼 때마다 기자에 전화 걸고 싶어져"
정치권 안팎서 "정권의 언론 탓은 레임덕의 예고 지표"
청와대가 민심 이반의 책임을 언론에 묻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대주택 현장 발언 논란에 이어 코로나19 백신 확보 지연 논란까지 '언론의 왜곡보도'가 문재인 정권을 향한 국민의 불신을 더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자꾸 도로 나무란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메시지에서 "'백신TF(태스크포스)에 청와대가 손 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한 언론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주도로 구성된 백신TF를 청와대가 실무자에게 떠넘겨 놓고 손 뗐다는 취지로 보도하자, 반박한 것이다.
강 대변인은 "지난 4월 24일 출범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범정부위원회는 그동안 백신 개발과 도입을 논의하고 추진해왔다"면서 "범정부위원회에는 청와대 사회수석이 계속 참여해왔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전날에도 백신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문제 삼으며, 문 대통령의 '백신 확보 노력'을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과거 백신 관련 비공개·공개 발언을 일일이 거론하며, "대통령이 마치 백신 확보에 손 놓고 있었던 것처럼 과장·왜곡하면서 국민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문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해왔는지 사실관계를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이는 "백신을 생산한 나라에서 많은 재정지원과 행정지원을 해서 이제 백신을 개발했기 때문에 그쪽 나라에서 먼저 접종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권 안팎에서 뭇매를 맞자, 적극 해명에 나선 것이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강 대변인의 해명성 자료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페이스북에 "의도적인 곡해와 과장과 때로는 서슴없는 거짓말들이 정돈된 '기사'를 볼 때마다 요즘은 바이라인에 달려있는 그 이름들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 진다"며 "부분의 과장과 약간의 의도와 설정 아래 쓴 글이라도 모든 해명은 변명이 되고 당신은 그 글과 같은 사람이 되어 또 다른 누구의 '기삿거리'가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청와대는 또 23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감염병·재난대응 보건의료혁신 TF위원장인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의 입장문을 출입기자단에게 공유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한 언론으로부터 백신 개발의 중요성 건의 여부를 질의 받았지만, 자신의 발언이 의도와 다르게 보도됐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위중한 코로나 상황에서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언론보도로 인해 진실이 왜곡되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특히 이런 보도는 국민의 신뢰가 생명인 정부 방역정책, 백신 수급정책을 근본부터 뒤흔들어 결과적으로 국민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직접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위원장 입장문을 전달한 건 이례적이다.
청와대가 백신 확보의 지연 이유, 정확한 접종 계획을 제대로 설명하기는 커녕 언론의 보도를 '왜곡·과장 보도'로 치부하면서 오히려 논란은 더 커지는 형국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지금 일부 나라에서는 백신 접종이 벌써 시작됐는데 우리나라는 도대체 언제 백신 접종이 가능하고, 얼마의 물량 확보가 가능한지 국민은 전혀 알지 못한다"며 "이런 점을 지적하는 야당과 언론과 전문가 발언을 국민 불안을 조성한다고 자꾸 도로 나무라고 있다"고 비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청와대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언론 보도로 생각하는 모양새"라며 "청와대가 애초에 해명할 일을 만들지 않아야 하는데, 일단 홍보부터 하고 일이 커지면 해명하고 그것이 빌미가 돼서 논란이 되면 또 해명하고, 결국 해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정 운영 동력 상실 위기에 처하니 언론 탓을 하는 것"이라며 "이는 레임덕의 예고 지표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청와대가 '언론 탓'을 하며 논란에 대응할수록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는 의미다. 실제 이날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21~22일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2월 넷째 주 정례조사(95% 신뢰수준에 ±3.1%p) 에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5.2%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부정평가는 60%에 육박한 59.9%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알앤써치 홈페이지 참조)
앞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13평 집에 4인 가족도 살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세 차례나 발언을 바로잡기도 했다. 그중 두 차례는 "왜곡 보도"라며 언론에 유감을 표한 내용이었다.
강 대변인은 특정 언론을 거론하면서 "팩트에 대해선 청와대든, 언론이든 자의적으로 가감승제(加減乘除)를 해선 안 된다"며 "없는 사실은 보태고, 있는 사실은 빼버리고, 그래서 논란을 곱절로 증폭시키고, 진정한 의미는 축소하고 왜곡해 버린다면, 결코 사실 앞에서 겸손한 태도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