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펀드매니저 수 역대 최대치 757명…2년 전 664명 대비 14% 늘어
ETF·특별자산펀드 수요 급증…"대체투자 수요 맞춘 매니저 수요 증가"
펀드매니저 수가 역대 최대치로 늘어났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동학개미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펀드 시장이 성장했기 때문이다.자산운용업계에서는 향후 펀드시장이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관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펀드매니저 모시기 경쟁을 지속할 방침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8일 기준 국내 58개 자산운용사에 소속된 펀드매니저의 수는 757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701명 대비 7.9%(56명) 증가한 규모다. 2년 전인 2019년 1월의 664명보다는 14.0%(93명) 늘어난 수치다.
자산운용사 가운데에서는 한화자산운용이 지난해 38명이던 펀드매니저 수를 올해 53명으로 15명 늘리면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45명에서 58명으로 13명 늘리면서 뒤를 이었다. 이외에 키움투자자산운용이 22명에서 26명으로, NH아문디자산운용이 26명에서 29명으로 늘리는 등 대형사들이 펀드매니저 확보에 열을 올렸다.
펀드매니저 수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는 펀드 시장의 성장하고 있어서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설정된 공·사모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720조55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의 661조5840억원보다 8.9%(58조9691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ETF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468개 종목의 ETF 순자산총액은 52조3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41조66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2년 새 26.8%(11조299억원) 급증한 규모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급증했다. 지난해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의 1조3000억원 대비 188.3%(2조5000억원) 급증한 규모다. 특히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39%에서 4%포인트 늘어난 43%까지 치솟아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급상승했다. 지난해 라임·옵티머스 등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겪으면서 위축됐던 사모펀드와 달리 ETF는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해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운용사 계좌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고객 계좌로 자금을 직접 운용하는 '투자일임' 규모도 상승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외 투자일임 규모는 609조9585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12월의 563조3654억원 대비 8.2%(46조5931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별자산펀드에도 개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달러·금·원유 등에 투자하는 특별자산펀드의 순자산총액은 전년 동기 92조4907억원 대비 15.4%(14조2470억원) 늘어난 106조7377억원까지 확대됐다.
오영광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펀드 시장은 시중 여유 자금이 유입되면서 채권형, 부동산형, 재간접형, MMF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11월 월말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하는 등 성장세를 지속했다"며 "직접 투자 확대와 차익 실현성 환매 증가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은 지속되고 있지만, K뉴딜과 MSCI KOREA TR를 중심으로 한 ETF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전체 펀드 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처럼 개인 자금이 펀드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향후 시장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펀드 시장을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자산에 대한 투자 범위가 확대된 개인의 펀드 수요가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실제로 개인들을 중심으로 펀드 시장이 확대되면서 펀드매니저 1인이 담당하는 설정액 규모도 상승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2019년 3294억원 규모이던 펀드매니저 1인당 담당 설정액은 올해 3431억원으로 4.2%(137억원) 늘어났다. 이 같은 개인 중심의 펀드 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만큼 자산운용업계는 펀드매니저를 추가로 늘려 고객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일어나고 있지만 ETF, 특별자산펀드를 비롯한 전체 펀드와 일임 부문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2000년도 중반에는 투자자산 수요가 주식, 채권으로 단순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부동산, 인프라,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 부문으로 확대되면서 고객들이 요구하는 멀티, 퀀트전략 등에 맞춘 금융공학 펀드를 생산할 수 있는 전문적인 펀드매니저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