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중 탄핵 소추 2번은 '최초'
하원 통과돼도 상원서 제동 전망
바이든 행정부 '부담'될 가능성도
親트럼프 세력은 '무장 집회'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 소추를 2번 당하는 대통령이 될 위기에 놓였다.
퇴임을 열흘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 '흑역사'의 한 페이지를 또 한 번 장식하게 될지 주목된다.
미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0일(현지시각) 수정헌법 제25조 발동과 관련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발표한 서한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월요일(11일)이나 화요일(12일) 표결에 부칠 것"이라며 "펜스 부통령이 24시간 안에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박탈을 결정하지 않으면 탄핵 절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정상 직무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이 직무대행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통령이 내각 과반 동의를 얻은 뒤 하원의장 승인을 거치면 해당 조항에 대한 효력이 즉시 발생한다.
펜스 부통령이 펠로시 의장 압박에도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거부할 경우, 이르면 13일 민주당 주도로 미 의회 탄핵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 하원에서 두 번 탄핵소추 당하는 역사상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탄핵소추안에 대한 하원 가결정족수는 과반이며, 민주당은 하원 과반을 점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2월 '우크라이나 스캔들' 여파로 하원에서 탄핵소추 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 시도는 지난해 2월 공화당이 다수를 점한 상원에서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의회 점거 사태를 방관·조장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탄핵 동력이 어느 때보다 강한 상황이지만, 이번 탄핵 시도 역시 상원 가결정족수를 확보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탄핵소추안이 상원 문턱을 넘으려면 의원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 상원 다수당이 공화당이라는 점이다.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에 맞춰 새롭게 출범하는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 50으로 의석을 양분하게 된다. 최소 17명의 공화당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등져야 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탄핵 추진 시점이 바이든 행정부 취임과 맞물려 있어 속전속결로 탄핵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탄핵 문제로 양당이 갈등할 경우, 새롭게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 국정동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민주당 지도부가 운을 띄운 '3개월 뒤 상원 송부 카드'는 행정부 인선 등에 있어 공화당 협조가 불가피한 민주당의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다.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인 제임스 클라이번 의원은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인에게 그의 의제들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100일을 주자"며 "우리는 (100일) 이후 어느 시점에 탄핵소추안을 상원에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과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투트랙'으로 다루겠다는 입장이지만, 연일 세를 과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감안하면 향후 탄핵 동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4년 동안 조직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세력이 정치권에 자리를 잡았다"며 "공화당 차기를 노리는 정치인들조차 트럼프 쪽에서 움직이지(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트럼프와 공화당이 갈라서야 하는데 아직 이런 현상이 안 나타나고 있을 만큼 생각보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세력이 강하고 크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오는 17일 워싱턴D.C에서 또 한 번의 대규모 '무장 시위(armed march)'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의회 점거 사태 당시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보다 폭력적인 사태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며 "온라인으로 소요사태를 모의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다음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