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로 '달성 가능 목표' 세우는 듯
'국방력 강화' 기조도 재확인
북한이 제8차 노동당대회를 일주일째 이어가는 가운데 사업결정서 초안을 만들기 위해 군사·농업 등 부문별 협의회를 진행했다.
이번 당대회 사업결정서에 향후 5년 계획이 반영되는 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성과'를 바탕으로 결과를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 '달성 가능한 목표' 수립을 위해 논의가 길어지는 모양새다.
12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당 제8차 대회 부문별 협의회가 1월 11일에 진행됐다"며 "당 중앙위 사업총화보고에 제시된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결정서 초안 연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협의회는 △공업 △농업 △경공업 △교육 △보건 △문화 △군사 △군수공업 △당·근로단체 등 부문별로 나눠서 진행됐다.
협의회 회의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정치국 상무위원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노동당 비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가 부문별 협의회를 이끌었다. 분야별로 권한을 위임해온 '김정은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군사·군수공업 부문에서는 국방력 강화를 "안전과 평화 수호를 위한 굳건한 담보"라고 규정하며 국방공업 발전을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당 규약 서문에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과업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바 있다.
협의회 회의에선 농업과 공업 등 경제 분야와 관련한 다양한 논의도 이뤄졌다. 공업 부문에서는 △금속·화학공업 투자 집중 △기간공업 생산 정상화 등을 토의했으며, 농업 부문에서는 △과학농사 △간석지개간 △농업 기계화 등이 안건으로 올랐다.
무엇보다 내각이 경제 정책을 이끈다는 점을 부각하며 권한 이임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북한 매체들은 "경제 전선에서 내각이 나라의 경제사령부로서 내각책임제, 내각 중심제를 제대로 감당하며 국가 경제의 주요 명맥과 전일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강하게 추진하고 경제관리를 개선하는 데서 절박한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당대회 사업결정서는 우리로 치면 100대 국정과제와 같은 것"이라며 "우리가 국정과제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듯 북한도 향후 5년 동안 사업결정서 관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내각책임제로 운영된다는 것은 '공동책임'을 뜻한다"며 "실현 가능한 과업들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각 부서장과 비서들이 5년 후 성과 불충분으로 자리를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대회 일정서 처음으로 '마스크 회의'
조용원 권력 서열 높아졌는지도 관심사
이날 협의회 회의에선 당대회 기간 중 처음으로 발언자를 제외한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앞서 진행된 당대회 모든 일정에선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참가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바 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이날 협의회 진행 소식을 전하며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다음으로 조용원 노동당 비서를 호명했다. 김정은 위원장 측근으로 꼽히는 조 비서는 이번 당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임명됐다. 5명으로 구성된 상무위원은 북한 '최고지도부'로 꼽힌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당 중앙위 상무위원들을 소개하며 최룡해 다음으로 조용원이 언급됐다"며 "권력 서열 3위에 올랐다는 의미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용원이 이번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차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비서국 비서,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선출되었다"며 "앞으로의 역할·행보 등을 주목해서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