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처음으로 일부 인정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박 전 시장에 대한 과거 발언과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14일 다른 사건 선고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전제 사실로 판결문에 적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박 전 시장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겪은 6개월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근무한 지 1년 반 이후부터 박 전 시장이 야한 문자, 속옷 차림 사진을 보냈고, '몸매 좋다' '냄새 맡고 싶다' '사진을 보내 달라'는 등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또 박 전 시장이 다른 부서로 옮긴 피해자에게 '남자에 대해 모른다'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갈 수 있다' '섹스를 알려주겠다'고 문자를 보낸 사실도 인정했다.
'박원순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정모(41)씨의 재판에서다.
이날 서울시장 비서실 소속이던 지난해 4월 회식이 끝나고 직장 동료를 성폭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정씨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정씨는 피해자가 겪은 6개월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자신이 아닌 박 전 시장의 성추행에 따른 상해라고 주장해왔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법원의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의 첫 인정에 온라인상에는 지난해 박 전 시장에 대한 정치인들의 발언과 정치권의 행보를 담은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원순 사망 이후 더불어민주당 및 소속 정치인들 반응 정리'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서울시청엔 여전히 피해자분이 남아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도지사의 사례에서도 2차 가해는 끊이지 않았다"며 "집권당으로서 더불어민주당은 더이상 미온적인 행보를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에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 빈소에서 "참여정부 출범 때부터 뵀었고, 맑은 분이었기 때문에 세상을 하직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박원순 시장님은 누구보다도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분이셨다고 기억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은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글도 담겼다.
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5만 명을 넘긴 서울특별시장 반대 청원에 대해 "피해를 기정사실화하고 박 시장이 가해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자 명예훼손"이라고 한 발언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서울 곳곳에 '故박원순 시장님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던 사진도 있었다.
박 전 시장의 조카인 오덕근씨가 박 전 시장의 장례를 유가족들이 가족장으로 치르려고 했으나 민주당 의원의 간청으로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게 됐다고 주장한 글도 있었다.
이 밖에도 민주당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사실도 올라왔다. 특히 민주당 여성의원들 28명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피해호소인' 표현을 주장한 사람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란 사실도 같이 소개됐다.
해당 글에 누리꾼들은 "성범죄 저지르면 자살하라는 뜻? 기억한다고?" "역겨운 문자 보내면서 성추행하는 뜻?" "요즘엔 피해자에게 뒤집어씌우는 게 유행이냐" "지들이 하는 건 2차 가해라는 인식 자체가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