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유단자 3명 살인 혐의에도 징역 9년
피해자 끌고 가 CCTV 확인 후 얼굴 힘껏 차
정신 잃었는데 머리 축구공 차듯 걷어차
차디 찬 바닥에 방치된 피해자 뇌출혈 사망
클럽에서 붙은 시비로 20대 남성을 집단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태권도 전공 체육대생 3명이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성수제 양진수 배정현 부장판사)는 15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22)·이모(22)·오모(22)씨 등 3명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각각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김씨 등은 지난해 1월 1일 오전 3시쯤 서울 광진구 화양동 한 클럽 인근 상가로 피해자 A씨를 끌고 가 둘러싸고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클럽에서 A씨의 여자친구에게 '함께 놀자'며 팔목을 잡아끌다 A씨와 몸싸움을 벌이게 됐다.
클럽 종업원이 싸움을 말리자 이들은 A씨를 상가 안으로 끌고 가 폐쇄회로(CC)TV 유무를 확인한 뒤 길에 넘어뜨린 상태에서 A씨의 얼굴을 구두 신은 발로 힘껏 찼다.
A씨는 집단폭행에 정신을 잃었다. 하지만 이들은 의식을 잃은 A씨의 머리를 재차 축구공 차듯 마구 걷어찼다. 이들은 모두 체육 전공자로 태권도 4단 유단자다.
김씨 등은 A씨를 남겨 둔 채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이들은 집단폭행 후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뒤 택시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차디 찬 바닥에 방치된 A씨는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뇌출혈로 사망했다. 검찰은 범행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해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이들을 기소했다.
이들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범행은 우발적 폭행이었을 뿐 피고인들에게는 살해 의도와 동기가 없었다"라며 일관되게 살인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모두 전문적으로 태권도를 수련한 이들로, 이들의 발차기 등 타격의 위험성은 일반인보다 월등히 높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한겨울 새벽 차디찬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조처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아 적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살인에 합리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우발적 충동에 의한 살인은 동기가 합리적이라고 설명하기 쉽지 않다"라며 "보통 선량한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살인의 동기가 된다"며 이들의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증거에 의하면 오씨가 구두 신은 발로 피해자 얼굴을 힘껏 차고 그로 인해 정신을 잃고 쓰러진 (피해자의) 머리를 김씨가 재차 축구공 차듯이 걷어찬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