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현안 논의 더욱 제한...경영권 승계 재판도 앞둬
당장 사면·가석방 논의 가능성 낮아...그림자 드리워진 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옥중 경영이 예상되고 있지만 한계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옥중에서 재판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이중고가 올 한해 내내 지속되면서 글로벌 기업 삼성의 미래에 우려섞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옥중 경영도 당분간은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이 부회장이 4주간 독거실에서 격리 수용된 상황이다. 구속이 결정된 지난 18일 서울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 항원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교정당국 지침에 따라 4주간 격리된 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추가로 받게 된다.
2주 뒤 PCR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오면 2주 더 격리된 다음 일반 거실로 옮겨진다. 최종 음성판정을 받아 격리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일반 접견은 불허되고 면회도 변호인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또 코로나19 장기화에 동부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데 따른 조치지만 주요 경영진들과의 만남 자체가 제한되면서 주요 현안 보고와 경영 관련 논의는 사실상 봉쇄된 셈이다.
지난 2017년 첫 번째 구속 됐을 당시와는 또 다른 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수 없어 삼성의 경영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이 해소되더라도 더욱 증대된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대규모 신규 투자 및 인수합병(M&A)과 같은 중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미래 경영 사안과 같은 결정은 옥중에서 내리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첫 번째 옥중 경영 당시에도 하만 M&A 절차와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향후 투자 등의 사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했지만 이는 이미 계획돼 있는 사안들에 대한 결정이었다.
여기에 수형 생활을 하면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도 이 부회장의 부담감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1차 공판 준비기일을 가진 경영권 승계 재판 일정이 내달 중 나오면서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3월부터는 옥중에서 경영과 재판 두 가지를 모두 신경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옥중에서 경영 현안을 살피는 일도 버거운 현실에서 재판 내용까지 들여다 봐야 해 이 부회장의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소용돌이에 대비한 삼성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수 없어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난 2017년 수형 생활때와는 또 다른 상황”이라며 “일상적인 업무나 이미 계획돼 있는 사안들을 몰라도 중장기적인 비전·계획·전략 수립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어려움이 올 한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받으면서 만기는 내년 7월이 됐다. 지난 2017년 1심 선고로 약 1년간 수형 생활을 해서 1년6개월의 형기가 남았다.
이 때문에 사면이나 가석방 없이는 올해 정상적인 경영에 나설수 없는 상황이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은 형이 확정돼야만 논의가 가능하다.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이 부회장 변호인단과 특검 측에서 모두 재상고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은 상태이지만 판결과 양형 내용을 감안하면 양측 모두 제기할 가능성이 낮다는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하지만 이대로 형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사면이 당장 논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논의에 대해서 선을 그은 만큼 이 부회장만 별도로 다루는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석방의 경우, 형법상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을 채우고 교정성적이 양호하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 약 1년간 수형 생활로 전체 형량의 40%를 채운 이 부회장이 대상자로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법무부장관이 최종 결정하는 가석방은 통상적으로 전체 형량의 3분의 2를 채운 이들이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당장 이뤄지기는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를 채우려면 오는 11월까지 수형생활을 해야 하고 빨라야 연말 정도에나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면이든 가석방 모두 이론적으로 보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높다고 볼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둘 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인데 현 정부의 기조를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