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침몰설 영화 관객 54만명이 쫓는 건 과학 아닌 음모
그들이 바라는 진실 나와야만 세월호 의혹은 가라앉는다
세월호의 진실은 결코 수면 위로 떠 오르지 않는다.
그것은 진실을 찾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처음부터 명백하게 드러나 있는 진실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진실을 원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적 주류 세력이거나 그들을 지지하면서 그 권력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른 진실이란 요새 유행하는 줄임말로 하면 답정너 진실이고 답정너 음모다. 답은 그들이 원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으니 수사 기관은 그에 맞춰서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불신과 재조사, 특별 조사가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세월호는 하늘을 나는 미스터리 UFO가 아니었다. 바다에 떠다니면 안 되는 불법 증·개축 노후선이었을 뿐이다. 이 배를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선사와 선원들이 규칙까지 어겨 운항하다 물살 빠른 해역에서 기울어졌고, 구조 당국이 신속하고도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해 그 아름답고 아름다운 어린 학생들 포함해 모두 304명이 수장(水葬)되는 비극이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후진국형 사고가 바로 세월호 참사다.
이와 같은 침몰 사고 진상은 발생 6개월 후인 2014년 10월 박근혜 정부 검경합동수사본부에 의해, 과학적 진실로, 거의 모두 분명하게 밝혀졌다.
선박 불법 증·개축(객실 증설), 규정 초과 차량 및 화물 적재(한도의 2배), 조타기 레이더 등 장비 부실 -> 안개로 지연된 출항을 만회하기 위한 과속, 입사 4개월째 3등항해사가 유속 심한 맹골수도 통과 중 급격한 변침(變針) 시도, 과적 차량과 화물 부실 결박 풀려 이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무게중심 붕괴 -> 사고 신고 등 선원들 초기 대응 잘못, 최초 도착 해경 경비정의 판단 착오 및 소극적 구조, 선장과 선원들의 수학여행 학생 등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 후 탈출...
일부러 이렇게 갖다 맞추려고 해도 쉽지 않을 완벽한 대형 참사의 과학적 조건들이다. 이 이상 무슨 진상을 더 캐내야 하고 무슨 진실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오호라, 박근혜의 박(朴)이 안 나오고 미군 잠수함의 미(美) 같은 글자들이 안 나왔다는 말이로구나, 그것은.
세월호 사고 원인 규명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게 있다면, 내인설(內因說)과 외인설(外因說) 중에 침몰 원인이 선박 외부로부터의 충격(예컨대 잠수함)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후자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전자, 즉 내인설을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확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박 내 과적 화물이 풀리면서 무게중심을 잃어 침몰이 시작됐을 것이라는 등의 사실은 밝혀졌으나 이는 배가 말을 못 하는 물건이라 과학적으로는 추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래서 고의침몰설 같은 황당무계한 주장이 아직도 기승을 부린다. 박근혜 정부가 무슨 이유에선가(도대체 어떤 이유라는 걸까?) 학생들이 가득 탄 배를 일부러 바닷속으로 가라앉혔다는 괴담(怪談)인데, 이런 것을 만들어 퍼뜨리는 사람이나 그것에 혹해 믿는 사람들 모두 제정신들이 아니다.
일종의 사교(邪敎, 근본이 옳지 못하고 사회에 해독을 끼치는 종교)다. 사교의 교주들은 대개 여자와 돈 갈취를 목적으로 순진한 사람들을 속여 신도들로 모은다. 세월호 사교 교주들은 정치가 목적이다. 그 괴담 종교로 정권을 뒤집어엎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꾸며 정치 성향이 같은 사람들을 선동한다. 그들의 타도 대상인 박근혜가 탄핵을 당해 감옥에 가 있어도 여전히 세월호 진상 규명과 진실 찾기를 계속하고 있고,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 또한 많다는 현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정치가 이렇게 무섭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통방송에서 문재인 정권 홍보와 반대 정파 비난, 조롱, 그리고 문빠들을 세뇌하고 그들이 열렬히 신봉할 음모론(陰謀論)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전파하는 김어준(전 민주당 대표 이해찬이 그의 문재인 정권 수호 역할에 대해 그렇게도 고마워했다는 사람이다)이 만든 세월호 고의침몰설 영화 <그날, 바다>를 본 관객이 54만여명이라고 한다. 김어준은 이 영화로 44억원 이상을 벌었다 하고...
50만명이 넘는 사교도들과 문빠들은 지난주 윤석열 검찰이 내놓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냉소(冷笑)하고 있다. (정권 수사를 지휘하는) 그가 검찰총장이라 그런 결론을 낸 것이라고 또 윤석열 탓을 한다. 유가족과 관련 단체 등이 제기한 17개 의혹 중에 이미 기소가 이뤄진 2건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한 특수단의 임관혁 단장이 한 말은 거의 하소연이다.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다른 진실을 기다려온 분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가 되겠지만, 전 대통령 박근혜가 머리 손질하느라 시간을 허비해 구조가 제때 이뤄지지 못했고, 구조를 일부러 지연시키기도 했으며, 이런 사실 등의 유포를 막으려고 기무사가 유가족 사찰을 했고, 미군이나 한국(그들이 반대하는 정부) 해군 잠수함이 모종의 목적을 가지고 세월호를 박치기해 침몰시켰다는 등의 억지 수사 결과는 만들어낼 수 없었다는 말을 임 단장은 하고 싶었을 것이다.
9명의 검사와 20명의 수사관이 투입돼 1년 이상 진행된 이번 ‘특별’ 수사는 사고 이후 8번째로 이뤄진 것이었다. 그러고도 끝나지 않을, 야당 의원들의 말마따나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고 있는, 영원한 현재진행형 수사이고 조사이다.
‘특조위’나 ‘사참위’라는 세월호 관련 조사 위원회들은 적어도 문재인 정부와는 끝까지 함께 갈 것이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변호사 석동현은 “몇 년이 더 지나야 할까. 정말 나랏돈 축내기, 좌파 일자리 만들기용 최고의 적폐다”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세월호 의혹은 그들이 바라는 진실이 나왔을 때만 비로소 침몰하게 될 조건부 진상 규명 과제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