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FIBA 아시아컵 나설 대표팀 선발 과정서 잡음
일부 반발에 구단별 1명씩 대표팀 차출하는 촌극
농구계 이기주의 단면, 김상식 감독 결국 자진 사퇴
프로농구서 대표팀 선발 과정을 놓고 잡음이 끊이질 않으며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영광스러워야 할 태극마크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농구협회는 내달 15일부터 23일까지 필리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대표팀에 나설 명단을 지난 22일 발표했다.(이후 대회 장소는 카타르 도하로 변경.)
발표된 12인 명단에는 10개 구단 대표 선수 한 명씩과 상무서 활약 중인 강상재, 고교생 여준석(용산고)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애석하게도 KBL 10개 구단들이 소속 선수들에게 골고루 태극마크의 영광을 주기 위해 사이좋게 한 명씩 내보낸 것은 아니다. 이들은 순위 경쟁이 한창인 시즌 중에 주력 선수들이 3주 가까이 팀을 비우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고, 결국 10개 팀에서 한 명씩만 차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차출된 선수의 실력을 놓고도 뒷말이 많다. 가령 ‘해당 선수가 대표팀에 뽑힐만한 실력인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봤을 때 우리 팀이 타격이 더 크다’는 식이다.
대표팀 선발 과정을 놓고 일부 구단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결국 김상식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추일승 대한민국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이 동반 사임 의사를 밝히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대표팀 선발을 놓고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라는 특수성도 한몫했다. 국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귀국 시 2주 간 자가격리 기간까지 고려하면 3주 이상 공백이 발생한다. 순위 싸움이 한창인 구단들의 입장도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 구단별로 한 명씩 차출하는 것은 언뜻 사이좋게 합의에 의한 결정처럼 보일 수 있으나 촌극이나 다름없다. 과연 어느 국가대표 감독이 본인이 원하는 선수들을 뽑지 못하고 지휘봉을 잡을 수 있겠는가.
농구의 인기는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고, 한국 농구의 국제 경쟁력도 갈수록 악화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국 농구의 인기를 되찾기 위해서 대표팀이 살아야 되고, 또한 ‘우물 한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국제 대회 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농구인은 없다. 하지만 일부 구단들의 이기주의 앞에 영광스러워야 될 태극마크가 계륵이 돼 버렸다.
과거 일부 프로 구단들은 대표팀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주축 선수들의 군 입대 공백을 지울 수 있었다. 혜택을 충분히 누렸던 구단들이 당장 순위 싸움을 위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상식을 벗어난 구단들의 태도에 김상식 감독은 끝내 신뢰를 잃었다며 사퇴 의사까지 밝혔다. 대회를 마치면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곧바로 사령탑 공백이 생긴다. 이 지경까지 왔는데 대표팀 지휘봉을 잡겠다고 할 농구인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도대체 대한민국 농구 대표팀은 누구의 대표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