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인 딸을 2년간 86차례 성폭행하고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한 3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김성주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로 재판에 넘겨진 A(3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원심이 명령한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이수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의 취업제한 7년, 전자장치 부착 10년도 유지했다. 또 재판부는 7년간 피고인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고지했다.
A씨는 2018년 8월부터 2년 동안 사실혼 관계에 있던 여성의 딸(10대) B씨를 86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해 4월 전북 한 원룸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딸 B씨를 힘으로 제압해 2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A씨가 화장실에 간 사이 집에서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이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피해자가 성관계에 합의했고, 피해자도 좋아서 성관계했을 뿐 강간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B씨의 친모와 사실혼 관계로 지내며 자녀들과 함께 동거해왔으며, "죽여버리겠다"라며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 폭력적 성향을 드러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평소 일을 나간 친모를 대신해 자신보다 더 어린 동생들을 돌봐왔으며,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가정이 깨져 친모로부터 버림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쉽게 신고를 하지 못했다. A씨는 이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피고인의 성폭력을 오랜 시간 견뎌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은 사실상 친족 관계인 피해자의 순종적이고 착한 심성을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성폭행해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는 "자수했음에도 원심 재판부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라며 양형부당 및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 여러 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데도 또 이번 사건에서 친딸을 2차례 강간했다"며 "피해자는 큰 정신적 충격에 빠졌는데도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성관계에 항상 동의했고 피해자도 좋아서 성관계했다고 진술하는 등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그의 엄마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엄중한 처벌을 원하는 점, 사실상 친족 관계에 있던 어린 피해자를 성폭행한 죄 등에 비춰보면 원심이 너무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 동기, 수법, 특히 86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가한 점 등을 살펴보면 재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피고인의 성폭력 범죄의 예방을 위해 신상정보의 공개·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