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표현 대신
'한반도 비핵화 진전' 언급
추가 제재 가능성 시사하기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취임 후 첫 언론인터뷰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때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악화된 문제"라고 답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핵보유국 인정 문제와 관련해 "이건 문제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악화한 나쁜 문제"라며 "행정부에 걸쳐 더 악화한 문제라고 인정한 것이 내가 처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우리에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의 사용을 보장하도록 정책을 다시 살펴볼 것을 요청했다"며 "이는 한반도 비핵화를 진전시키고 북한 무기에 의해 커지는 문제를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한일 외교수장 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선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언급했다.
한국과 미국의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핵군축 협상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해왔다. 북한에 대한 완전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목표'인 만큼, 핵군축 협상을 통해 '북핵 위협 축소'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능력을 감소시키는 쪽으로 협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블링컨 장관이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겠지만,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불인정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대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北 도발 시 강경대응 가능성 시사하기도
블링컨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갖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우리가 하려는 첫 번째 일은 정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는 것"이라며 "이는 추가 제재, 특히 동맹·파트너들과 추가적인 조율·협력을 포함해 우리가 어떤 수단을 가졌는지를 살펴보는 것뿐만 아니라 외교적 인센티브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 △추가제재 △동맹협력 △외교적 인센티브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미국 조야에서 북한 도발 가능성을 '상수'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만큼, 블링컨 장관이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며 도발 시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는 최근 CSIS가 주최한 '아시아 전망 2021 토론회'에서 "역사상 북한이 미사일 시험에 나선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