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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의 인상팍!] 무기한 이재영·이다영 ‘슬그머니 복귀’는 안 된다


입력 2021.02.20 07:00 수정 2021.02.19 22:06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학폭 논란으로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 해석에 따른 논란의 여지 남겨

스포츠계에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 이후 잠잠해진 뒤 복귀 사례 적지 않아

용기 낸 피해자에 두 번 상처 주는 일, 오랫동안 자성의 시간 필요

학폭 논란으로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이재영·이다영 자매. ⓒ KOVO

학교 폭력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이 결국 징계를 받았다.


피해자의 제보로 학창 시절 학폭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난 두 선수는 구단과 대한배구협회 등으로부터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로 인해 두 선수는 사실상 올 시즌에는 보기가 어려워졌다.


선수로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는 다소 가혹하게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무기한’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생긴다.


‘무기한’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기한이 없다는 얘기다. 당장 흥국생명이 올 시즌은 건너뛰더라도 2021-22시즌에 이들을 복귀 시켜도 징계상의 큰 문제는 없다.


언뜻 무거운 벌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흘러 여론이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복귀’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부 네티즌들이 ‘무기한 출장 정지’가 아닌 ‘영구제명’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간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는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선수들이 논란이 잦아지자 슬그머니 복귀한 사례가 없지 않았다.


앞서 LG 트윈스 투수 배재준은 지난해 1월 시민 폭행 혐의로, 롯데 자이언츠 지성준(개명 후 지시완)은 지난해 6월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 등으로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배재준은 1년 만에 무기한 자격정지가 해제돼 2021시즌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지성준 또한 무기한 출장 정지서 72경기 출장 정지로 징계가 다소 완화되며 2021시즌 중에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생겼다. 과거 전례를 봤을 때 이재영과 이다영도 똑같은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은 없다.


일각에서는 이재영과 이다영이 가진 재능을 아쉬워한다. 이재영은 올 시즌 김연경에 이어 토종 선수 득점 2위에 올라있고, 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다영도 세터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기량을 자랑한다.


징계만 아니었다면 두 선수는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 무대에도 나란히 출전할 것이 확실시 됐다. 아직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인 만큼 기량이 더욱 발전할 여지가 있고, 향후 5~6년은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어갈 기대주로 큰 관심을 모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두 선수의 공백을 안타까워한다.


12년 전 폭행이 회자되며 공개 비판을 당한 이상열 감독. ⓒ KOVO

하지만 잘못을 범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무기한 출장 정지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면 이는 학창 시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던 피해자에게 또 다른 아픔을 안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다시 배구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온 박철우 사건만 봐도 가해자에게 확실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았을 때 피해자의 상처가 여전히 씻겨 지지 않는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박철우는 지난 2009년 국가대표로 발탁됐을 당시 코치였던 이상열 감독에게 구타를 당했다. 해당 사건으로 이상열 감독은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불과 2년 뒤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위원으로 돌아왔다. 이후 대학 배구 지도자와 해설위원 등을 거쳐 지난해 KB손해보험 감독으로 선임됐다.


무려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폭행 피해자였던 박철우는 아직도 그 시절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폭력을 뿌리 뽑겠다며 그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피해자에게 잊을 수 없는 아픔을 남긴 이재영과 이다영도 그에 합당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 배구 팬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두 선수가 조속히 돌아와 배구로 보답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자성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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