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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커지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알권리 vs 영업기밀


입력 2021.02.23 06:00 수정 2021.02.22 20:58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국회 문체위 24일 게임법 개정안 상정 앞두고 공방

게임업계 "과도한 규제로 게임산업 발목 잡을 것"

이용자·전문가 "도박도 확률 공개...법적 강제해야"

엔씨소프트의 신화등급 확률 설명 유튜브 화면. '쵸튜브' 캡쳐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치권 규제 입법을 앞둔 가운데 규제 실효성과 영업 기밀 노출이라는 게임 업계와 신뢰감을 잃어버린 이용자들의 불만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까지 올라오며 이용자와 게임사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게임법 개정안)’은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당초 문체위는 게임법 개정안을 지난 18일 진행된 법안 소위에 상정하려 했으나 지난해 12월 이전에 발의된 법안만 상정하기로 합의해 일정이 미뤄졌다.


게임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은 확률형 아이템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도 담겨있는 이 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영업비밀을 모두 공개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기존 유료 확률형 아이템은 물론 결합형(무료 아이템과 유료아이템 조합 등)까지 정보 공개 의무화 대상에 해당된다. 이를 어기는 사업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지난 2004년 넥슨이 출시한 ‘메이플스토리’에서 첫 등장해 이후에 이중 및 삼중 뽑기나 빙고 등의 다양한 형태로 바뀌었다.


게임사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잡았지만 특정 아이템의 확률 공개 여부 등 오래전부터 이슈가 됐었다. 업계는 자율규제 형식으로 확률 공개를 권고해 왔으나 결합형 확률 등 규제를 피해가는 편법이 나오기도 하고, 일각에서는 공개된 확률마저 정확하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조 문구. 한국게임산업협회 홈페이지 화면 캡쳐.

◆ 게임업계 “지나친 규제...산업경쟁력 발목”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을 자율규제가 아닌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협회측은 이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유료 아이템 확률을 이미 공개하고 있고 상한선을 도입하는 등으로 무리한 과금을 막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요 게임사가 회원들로 있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 1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국회 문체부 의원실에 전달했다.


협회는 “게임에는 수백개의 아이템이 있고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의 균형은 대표적 영업비밀”이라며 “이를 모두 공개하는 것은 기업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고 의견도 냈다. 지난 2008년부터 자율규제 도입으로 아이템별 습득 확률을 공개했으나 무분별한 뽑기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영국과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개정안은 불명확한 개념으로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며 기존에 없던 조항을 다수 신설해 의무를 강제한다"며 "다른 법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확률형 아이템' 공개 내용이 담긴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 “도박이냐” 유저들 불만 폭증...부처간 문제로도 확대


하지만 게임 이용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확률을 공개해 사행성 논란을 털고 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템 확률 공개를 강제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지난 16일 올라온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및 모든 게임 내 정보의 공개를 청원한다’는 청원글은 1만명 넘게 동의를 받은 상태다.


청원인은 확률형 아이템이 ‘바다이야기’와 다를바가 없다며 ”도박도 확률을 다 공개하는데 게임도 아이템의 확률을 다 공개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특히 이용자들은 결합형 확률인 ‘2중 확률’ 역시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중 확률은 엔시소프트가 ‘리니지2M’에서 최고 등급인 ‘신화 무기’를 도입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신화 무기를 얻으려면 최소 억원을 써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도박에 열중하도록 만든다는 우려로 규탄 문구가 나오는 전광판 트럭을 타고 게임사들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국게임학회도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에 힘을 실으며 이날 성명서를 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산품·금융·서비스업에서 제품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며 “아이템 확률 정보의 신뢰성을 둘러싼 게임 이용자의 불신과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게임사들이 결합 확률로 자율규제를 피해가는 꼼수를 지적하고 정부 및 정치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문체부와 국회 문체위에서 관련 법안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향후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정부 부처와 국회의 타 상임위가 진입하며 정부부처간 주도권 싸움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염려다.


위정현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은 소위 'IP 우려먹기'와 결합해 게임산업의 보수화를 가속하고 있다”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의 반발은 사회적인 파문을 일으키게 되고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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