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놓고 국민의힘·안철수 기싸움 팽팽
각자 유리한 여론조사 문항 주장…평행선 달려
安, 제3지대 단일화 과정서 금태섭과 갈등 전례
‘여론조사 벗어난 새로운 단일화 방식 마련’ 해법으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제3지대' 후보 선출 경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금태섭 무소속 후보를 꺾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향후 선출될 국민의힘 후보와의 최종 경쟁을 앞두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진 단일화 경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 과정에서 다소간의 갈등을 노출시켰던 터라, 야권 단일화 최종전이 과연 잡음 없이 흘러갈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의당과 금 후보 측은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0% 국민 여론조사 경선 결과 안 후보가 범야권 제3지대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했다"고 밝혔다. 앞서 양 측은 지난달 27~28일에 걸쳐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으며, 조사의 세부적인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안 후보의 승리와 함께 범야권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발걸음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2~3일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4일 당내 최종 후보를 선출해 발표한다.
단일화를 둘러싼 양 측의 기싸움은 벌써부터 시작된 모양새다. 안 후보는 이날 자신의 승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입장문을 통해 "야권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과정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는 즉시 만날 것"이라며 "최종 결선에 나서는 후보와 정당은 단일화 과정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뜨거운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그 어떤 행동도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측이 물밑에서 최종 단일화 경선의 룰을 두고 협상에 들어간 상황에서, 선제적인 회동 제안을 통해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같은 안 후보의 입장에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같은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 참석 후 취재진과 만나 "단일화라는 것은 서로의 의견이 맞아야 하는 것이다.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한다고 될 수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 측이 단일화 여론조사 문구 등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주장을 관철시키려 한다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과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 문항 선정을 두고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야권 단일 후보로서의 '적합도'를 물어 최종 후보를 결정하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승리할 후보가 누구인가'를 물어 각 후보의 '경쟁력'을 판단해 최종 후보를 정하자는 국민의당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탓이다.
따라서 4일 국민의힘 최종 후보 선출 뒤 본격화될 실무 협상 과정에서 더욱 짙게 불거질 진통을 우려하는 기류도 커지고 있다. 야권의 어느 후보도 지지율 면에서 민주당 후보를 확실하게 앞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안 싸움'이 격해지는 것은 자멸 행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제3지대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와 금 후보가 'TV토론'의 횟수와 형식을 놓고 싸우다 파열음을 내 야권 내에서도 "나 혼자 살겠다고 고집하다간 공멸한다"는 경고성 메시지가 쏟아졌던 경험이 반복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당시 금태섭 후보로부터 "납득이 안 간다"라는 비난까지 이끌어 냈던 안 대표 측의 협상 방식에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간 국민의힘 후보들은 줄기차게 중도 영역으로의 확장을, 안철수 후보는 전통 보수층 어필을 위해 노력해 오지 않았나"라며 "그만큼 이번 선거는 야권이 한 데 뭉치지 않으면 이기기 어려운 선거라는 인식 때문인데, 막상 결승점에 이르러 대의와 무관하게 사소한 여론조사 문항 하나하나에 매몰되다 선거판 자체를 그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권 안팎에서는 갈등의 소지가 되고 있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을 애초에 배제하고 양 측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단일화 방안 마련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단순한 여론조사를 넘어 야권 단일화에 쏠린 관심을 본선 경쟁력으로 가져갈 수 있는 다른 형태의 단일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