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추첨으로 29명에 방청 기회…이 부회장 불출석할듯
‘삼성물산 합병 조직적 계획 vs 합법적 경영 활동’ 쟁점 치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의혹 재판이 5개월만에 재개되는 가운데 법원 앞은 한산한 모습이다.
1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을 앞두고 방청권을 얻기 위한 긴 줄은 찾아볼 수 없다. 재판을 맡은 재판부가 방청권 29매를 온라인 추첨을 통해 배분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지난해 10월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 이후 5개월만에 재판이 재개되는 것이다. 당시 두 번째 기일이 올 1월로 예정됐었으나 연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과 법원 정기 인사 등을 이유로 연기돼 약 5개월 만에 다시 열리게 된 것이다.
공판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듣고 향후 공판의 쟁점 사항을 정리해 재판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절차다. 피고인인 이 부회장이 법정에 나와야 할 의무가 없어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재판이 공판준비기일인데다 이 부회장의 불출석 전망이 나오면서 관심도는 다소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 방청권 추첨에 응모한 인원도 80여명에 불과해 경쟁률은 3대 1 정도였다. 이에 이 부회장이 재판에 출석할때와 달리 취재진들의 모습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과 삼성 양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의혹 관련 상반된 주장을 내놓으며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계획 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중요 단계마다 보고를 받은 뒤 승인해왔다고 보고 지난해 9월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11명을 기소하고 재판에 넘겼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 활동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은 합법적인 경영 활동이었으며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편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가중되면서 삼성을 둘러싼 경영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형이 확정돼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다. 총수 부재로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주요 의사결정을 적시에 하기 어려워지면서 미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