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 '재택 아르바이트' 등을 모집한다고 속여 거주지에 전화번호 변조기를 설치하게 한 뒤, 해외에서 발신된 인터넷 전화 표시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 번호로 바꿔 피해자를 속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경찰은 올해를 '보이스피싱 척결'의 해로 삼고 집중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월16일부터 3월10일까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사설 중계기' 161대를 적발해 압수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설 중계기는 인터넷 전화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번호인 것처럼 변조하는 장치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외국에서 발신된 인터넷 전화 표시번호도 피해자의 핸드폰에는 국내 번호처럼 찍히게 된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재택 아르바이트 모집' 등의 구인 광고를 내고, 연락 온 사람들에게 주거지에 중계기를 설치하게 해 주면 월 15~20만원을 주겠다는 방식으로 중계기 설치장소를 마련했다. 경찰은 사설 중계기를 설치·관리하고 현금을 수거하는 역할을 한 1명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중계기 설치 장소를 빌려준 12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범행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피해액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며 보이스 피싱 척결을 올해 주요 과제로 삼고 집중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 내에서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2017년 7724건에서 지난해 9049건까지 늘었고, 피해액도 937억원에서 2228억원까지 늘었다. 서울에서만 하루에 25건, 평균 6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경찰청은 '보이스피싱 집중대응팀'을 확대·편성하고, 수사 방법도 수사 방법도 체계적·종합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개별적인 범인 검거를 위주로 수사했다면, 이제는 여러 사건의 범죄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또 경찰은 유관기관과의 협업으로 단계별로 진행되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