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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단일후보' 오세훈의 역전 드라마…'배드캅' 김종인 통했다


입력 2021.03.24 01:30 수정 2021.03.24 05:27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배드캅' 자처하며 '충분한 협상' 시간 번 김종인

安 독주 시절에도 "오세훈 승리" 확신한 이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및 서울당협위원장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범야권 단일 후보로 확정됐다. 선거전 초반 독주하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잠재우고 오 후보가 본선에 진출하면서, 단일화 과정에서 '배드캅' 역할을 톡톡히 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국민의당 서울시장 단일화 실무협상단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연 뒤 "이번 보궐선거의 야권 단일후보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를 제치고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되는 이변을 일으킨 뒤, 범야권 단일화에서도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제쳤다.


이같은 오 후보의 역전 드라마의 바탕으로는 '제1야당의 조직력'이 가장 먼저 꼽힌다. 선거 초반 거센 안철수 바람에도, '국민의힘 단일 후보가 뽑히면 안철수를 금세 능가할 것'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분석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 셈이다.


선거전 초반 예상치 못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사태가 터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LH 사태'에 대한 분노로 정권심판 여론에 불이 붙으며 여야 후보들의 지지율이 요동을 쳤기 때문이다.


LH 사태 이후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가 출마해도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안 후보를 지지해왔던 국민의힘 지지층이 오 후보로 다시 이동했다. 이번 선거가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떨어지는 보궐선거로, 당의 조직력이 중요한 만큼 누구든 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면 '제1야당 후보'에 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1야당 오세훈 후보의 승리가 '상식에 맞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누누이 강조했지만 우리 제1야당의 오세훈 후보로 단일화 된다는 것은 처음부터 상식이라 생각했다"며 "정치에서 상식이 통했다는 것을 이번 서울시민이 입증해준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또 다른 승리 요인으로는 단일화 여론조사의 '적절한 시기'가 꼽힌다. 가장 뒤늦게 출발선에 선 오 후보의 경우 예상을 깨고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이후 상승세를 탄 만큼, 여론조사를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이를 적절히 잘 활용했다는 것이다.


단일화 과정에서 협상 지연의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다름 아닌 김종인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늦더라도 충분히 협상하라'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지연되자 김 위원장은 당 안팎에서 "훼방꾼이다", "단일화의 최대 걸림돌이다"는 등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단일후보 등록' 시한이었던 19일을 보낸 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단일화를 마쳤고, 오 후보가 최대한 유리한 시점에서 여론조사를 진행하면서 김 위원장의 '충분한 협상'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오 후보의 승리로 지난 총선의 참패를 극복하고 '선거의 달인'이라는 타이틀을 다시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유선전화 10% 포함' 주장을 접고 '무선 100%'를 받아들이자고 제안함으로서 '굿 캅'으로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오세훈 승리에 당 일각선 '김종인 임기 연장설'도 솔솔
김종인 "오세훈 후보 확정으로 내 할일 90% 다 했다"


국민의힘 오세훈·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간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23일 오전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세훈 후보의 '역전 드라마'에 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김 위원장의 '임기 연장'에 대한 얘기도 솔솔 나온다. 내년 대선을 고려했을 때 김 위원장이 한 번 더 '킹메이커'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권심판론을 국민의힘 지지로 끌어오는 데 김종인 위원장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내년 대선을 생각하면 그 역할을 계속해줄 김 위원장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보궐선거가 한창 진행중인 만큼 이러한 논의는 선거가 끝난 뒤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 촐연해 김 위원장이 더 머물 것인지에 대해 "김 위원장이 여러번 '보궐 선거까지만 하겠다'라는 말을 했고 현재까지 큰 입장 변화가 없다"며 "일부 의원들이 '더 모셔야 되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도 하지만 위원장 말은 상당히 확고하셨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대선에서의 역할론'을 묻는 질문에 "오세훈 후보가 시장 후보가 된 것으로 내가 국민의힘에 와서 할 수 있는 기여의 90%는 다했다"며 "나머지 10%는 오세훈 후보를 시장에 당선시키면 그것으로 내가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소기업위원회 현장간담회를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선 '(임기 연장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아마 제로(0)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일축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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