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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참전, 파운드리 시장 경쟁 심화되나


입력 2021.03.24 11:00 수정 2021.03.24 11:00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사업부 신설에 美 공장 2곳 설립으로 본격화

위기 돌파구 마련 차원...삼성·TSMC 경쟁 관심

반도체 공급난 속 정부 자급론과도 맞물려 주목

인텔 오리곤주 힐스보로 팹(공장)에서 한 직원이 제품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인텔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본격화를 선언하면서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최근 몇 년간 위기를 겪은 인텔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이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표여서 더욱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3일(미국 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브리핑에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사업부 신설과 함께 2곳의 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설립되는 공장 2곳에는 약 200억달러(약 22조6000억원)가 투입된다. 이번 공장 설립은 대부분의 파운드리 제조시설이 아시아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에서도 제조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인텔은 현재 미국에 4개의 팹(공장)을 비롯, 아일랜드·이스라엘·중국에서도 팹을 운영 중으로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2곳이 새롭게 설립되면 지역적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파운드리 시장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오는 2025년까지 1000억달러(약 113조원) 규모로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며 "새롭게 설립되는 팹은 현재 증가하는 제품 수요 및 고객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파운드리 고객을 위한 위탁 생산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본격화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경쟁사인 AMD가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점유율을 올리면서 추격하고 있고 주요 고객사였던 애플과 MS 등이 독자 칩 개발에 나서는 등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가 다소 흔들리고 있다.


또 미세 공정 기술력에서도 차이가 나고 있다. 파운드리의 강자 TSMC와 삼성전자가 7나노미터(nm·1nm은 10억분의 1m)를 넘어 5나노 수준의 기술력에 도달한 상태인 반면 인텔은 최근 몇 년간 14nm에서 더 낮추는 것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반도체 품귀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미국 내에서 반도체 자급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렸다. 차량용 제품을 시작으로 IT·전자분야로 글로벌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나친 아시아 의존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반도체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타이완 TSMC와 UMC 등이 상위 3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78%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 반도체 공급난 극복을 위해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 중이었던 만큼 이번에 공장 설립을 발표한 인텔에 세제 지원 등의 혜택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반도체 품귀 현상 해결을 행정부 최우선 사안 중 하나로 꼽고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추가 정부 지원, 새로운 정책 등을 검토하기로 한 상황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인텔

인텔의 본격적인 참전으로 파운드리 시장의 변화도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1강으로 삼성전자가 이를 추격하는 양상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점유율(매출 기준) 56%로 2위 삼성전자(18%)과 큰 격차를 보일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인텔의 파운드리 공장 신설을 두고 TSMC와 삼성전자에 직접적인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인텔의 미국 공장신설은 세계 반도체의 파운드리를 장악한 TSMC와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겔싱어 CEO도 "아마존과 시스코, 에릭슨,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 잠재적 고객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며 향후 고객 확보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텔이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등 대형 고객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는 하나 철저히 사업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TSMC와 삼성전자 등 경쟁사에 비교해 확실하게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우위가 필요하다.


또 팹리스(Fabless·칩 설계 전문)를 주 고객으로 하는 파운드리 사업의 특성상 기술력 검증뿐만 아니라 고객사와의 신뢰구축도 필요해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이뤄지더라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인텔이 기존 파운드리업체들과의 협력을 언급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겔싱어 CEO는 "TSMC와 삼성, UMC 등 외부 파운드리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기존의 파트너십을 확장해 유연성과 스케일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이 아시아 국가들이 독점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 변화를 주려고 하는 것”이라며 “위기를 돌파해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적 시도로 보이지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플레이어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인텔 오코틸로 팹 전경.ⓒ인텔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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