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위의 추상화, 다소 어색한 조합일 수도 있고 화려함으로 당장 시선을 사로잡지는 않는다. 그러나. 잠시 멈추어 한지에 스며든 하늘이나 바다, 항아리를 보노라면 동양적 에너지와 숨은 매력에 빠져든다.
추상화는 서양의 캔버스 위에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노원희 화백은 캔버스를 버리고 한지를 택했다. 먹과 안료, 아교와 호분 등 동양화 재료와 아크릴 같은 서양화 재료를 섞어서 섬세하면서도 독특한 추상화를 한지에 그려내고, 혼돈(카오스) 속에서 질서(코스모스)를 찾아낸다.
변하지 않는 푸른 바다와 하늘,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꿈꾸는 푸른 색상은 그 맛을 아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은은한 평양냉면의 맛을 닮았다. 시골집 방문 창호지로 쓰이는 한지에는 향수가 묻어난다. 이른 아침, 햇살은 언제나 창호지 위에서 떠오르곤 했다. 창호지나 문풍지로 겨울을 난 한지는 두텁고 강인하다. 그러나 물을 먹이는 순간, 금방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한지라는 재질은 한국인 특유의 강인함과 온순함을 닮았다. 함부로 튀지 않는 조화의 미(美)와 동양의 기(氣)가 있고 편안함이 있다.
특히 서양인의 눈에 그의 작품은 독특하다. 뉴욕의 미술평론가이자 작가인 로버트 C. 모건은 말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동양적 에너지, 즉 ‘기’가 전체적으로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지 위에 섬세하고 분명하게 표현된 푸른빛의 줄무늬를 위해 사용된 먹, 아교, 안료는 한국의 전통 방식을 기본으로 한 것이다. 그의 작품은 시각적 매력도 있지만, 순수 시각 요소를 넘어 살아 있는 그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다.”
노원희 작가는 그 살아 있는 무언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연의 참모습은 상반된 이중성으로 만물이 생성과 소멸을 하면서 변화와 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의 실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한지를 접어서 동양화의 발묵 기법을 응용했다. 인간관계에서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극복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많은 고민과 이해의 과정을 거치면서 삶이 지속한 것은 자연의 모습을 닮았다.”
노원희 작가/ 홍익대학교 동양화 전공. 개인전 5회, 국제아트페어 4회, 단체전 50여 회 이상 참여. 2017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 부문 평론가상, 2015 광복 70주년 대한민국미술축전 특선, 2014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2012 단원미술제 입선, 2007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그 외 다수
글/ 이동신 갤러리K 아트딜러 ssjameslee@daum.net